[단독]與 “개발독재 미화 더는 안돼” 野 “개도국에 성장모델 전수”
최우열기자
입력 2017-09-26 03:00 수정 2017-12-25 00:03
‘경제개발 패러다임’ 전환 논쟁
국제개발협력 문구 놓고 충돌… 與 ‘개발경험 공유 확대’ 삭제 추진
새마을운동 등 개도국과 공유 제동… 野 “박정희정부 지우려는 속셈”
“밤새워 타이밍약(각성제) 먹고 일하며 독재를 감수해 경제발전 시키는 게 과연 좋은 모델이냐?”(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개발도상국의 로망이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스스로 역사를 지우겠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
한국의 경제개발사를 둘러싸고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충돌한 광경이다. 동아일보가 법안심사소위 속기록 및 자료를 25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여야는 ‘개발경험 공유의 확대’를 규정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4조의 문구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 조항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공적개발원조(ODA) 새마을운동 국제화 사업 및 경제발전 경험 공유 사업(KSP)의 근거로, 향후 논란이 전·현 정권 간에 치열한 경제개발 패러다임 전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 민주 “개발독재의 국제화 안돼”
논쟁은 국회 외통위 간사인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지난달 말 국제개발협력의 기본원칙을 열거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4조 중 ‘개발경험 공유의 확대’ 항목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의원은 “개발경험이 특정화되거나 도식화·일방화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선의를 가지고 (전파)하더라도 (개도국의 독재 정당화 등) 국내 정치에 활용되거나 악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삭제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굶더라도 나중에 잘살 수 있다면 노동 여건이 안 좋고 민주주의가 지금 안 되더라도 괜찮다는 것은 철학적으로도 꼭 정당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부의 국가주도 개발독재의 역사를 지난 보수 정권에서 ‘한국형 경제성장 모델’로 규정해 새마을운동 관련 ODA 및 KSP에 활용한 것은 역사의 미화이고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김경협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집행해 온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과도 중복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까지도 지원하는 등 필요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유 의원은 “외국에서 우리의 개발경험을 배우겠다는 건 ‘개발독재’를 배우자는 게 아니라 단기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셰어링(공유)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자마자 법안에 있던 문구를 삭제하자는 것은 그 자체도 뭔가 이상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개정안 발의 역시 문재인 정권 차원의 ‘박정희·박근혜 지우기’가 아니냐는 것.
여야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고, 회의에 참석한 외교부와 기재부 측은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 MB·박근혜 때 급성장한 KSP 사업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제정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한국의 성장 경험을 담은 모델을 개도국에 전수하자”며 ‘한국형 ODA’를 기획해 수백억 원의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민주당이 ‘개발독재의 국제화’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제동을 걸며 논란이 이어져 왔다. 김경협 의원은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과 관련해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규정한 ‘지식공유(Knowledge Sharing)’ 개념을 자의적으로 ‘경제발전경험 공유’로 변질시켰다는 점 △국가별로 배정된 수석고문의 70% 안팎을 경제부처 퇴직 관료가 차지해 기재부의 ‘제 식구 챙기기’ 사업이 됐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국제개발협력 문구 놓고 충돌… 與 ‘개발경험 공유 확대’ 삭제 추진
새마을운동 등 개도국과 공유 제동… 野 “박정희정부 지우려는 속셈”
“밤새워 타이밍약(각성제) 먹고 일하며 독재를 감수해 경제발전 시키는 게 과연 좋은 모델이냐?”(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개발도상국의 로망이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스스로 역사를 지우겠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
한국의 경제개발사를 둘러싸고 1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충돌한 광경이다. 동아일보가 법안심사소위 속기록 및 자료를 25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여야는 ‘개발경험 공유의 확대’를 규정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4조의 문구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 조항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공적개발원조(ODA) 새마을운동 국제화 사업 및 경제발전 경험 공유 사업(KSP)의 근거로, 향후 논란이 전·현 정권 간에 치열한 경제개발 패러다임 전환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 민주 “개발독재의 국제화 안돼”
논쟁은 국회 외통위 간사인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이인영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지난달 말 국제개발협력의 기본원칙을 열거한 국제개발협력기본법 4조 중 ‘개발경험 공유의 확대’ 항목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의원은 “개발경험이 특정화되거나 도식화·일방화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선의를 가지고 (전파)하더라도 (개도국의 독재 정당화 등) 국내 정치에 활용되거나 악용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삭제를 촉구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굶더라도 나중에 잘살 수 있다면 노동 여건이 안 좋고 민주주의가 지금 안 되더라도 괜찮다는 것은 철학적으로도 꼭 정당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부의 국가주도 개발독재의 역사를 지난 보수 정권에서 ‘한국형 경제성장 모델’로 규정해 새마을운동 관련 ODA 및 KSP에 활용한 것은 역사의 미화이고 왜곡이라는 주장이다.
김경협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집행해 온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과도 중복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까지도 지원하는 등 필요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유 의원은 “외국에서 우리의 개발경험을 배우겠다는 건 ‘개발독재’를 배우자는 게 아니라 단기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셰어링(공유)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자마자 법안에 있던 문구를 삭제하자는 것은 그 자체도 뭔가 이상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개정안 발의 역시 문재인 정권 차원의 ‘박정희·박근혜 지우기’가 아니냐는 것.
여야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고, 회의에 참석한 외교부와 기재부 측은 대안을 마련키로 했다.
○ MB·박근혜 때 급성장한 KSP 사업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제정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한국의 성장 경험을 담은 모델을 개도국에 전수하자”며 ‘한국형 ODA’를 기획해 수백억 원의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민주당이 ‘개발독재의 국제화’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제동을 걸며 논란이 이어져 왔다. 김경협 의원은 경제발전경험 공유 사업과 관련해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서 규정한 ‘지식공유(Knowledge Sharing)’ 개념을 자의적으로 ‘경제발전경험 공유’로 변질시켰다는 점 △국가별로 배정된 수석고문의 70% 안팎을 경제부처 퇴직 관료가 차지해 기재부의 ‘제 식구 챙기기’ 사업이 됐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선물하기 좋은 맥주'로 이름 날려 매출 182% 증가한 브랜드[브랜더쿠]
- 분당 9800채-일산 6900채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슈퍼리치들 30분 덜 자고 책 2배 많이 읽었다
- 재즈 연주회부터 강연까지… 문화로 물드는 서울의 ‘봄밤’
- 맥도날드, 반년 만에 또 올린다… 치킨‧피자까지 전방위적 가격 인상
- 하이닉스, AI붐 타고 깜짝흑자… “美경기 살아야 슈퍼사이클 진입”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