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속 두 남자’ 실제사진 찾았다

장선희기자

입력 2017-09-06 03:00 수정 2017-09-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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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복씨 아들, 37년전 사진 첫 공개… 獨기자 동료 “힌츠페터 맞다” 확인
“아버지는 호텔택시 몰며 영어 능통… 민주화 애써… 유해 망월동 이전 희망”


김승필 씨가 찾은 고 위르겐 힌츠페터(왼쪽)와 김사복 씨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 김 씨는 “당시 함석헌 선생을 취재하기 위해 외신기자들이 모여 있는 현장으로, 1980년 초반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승필 씨 제공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1937∼2016)와 그를 광주로 태워준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이 5일 공개됐다. 그간 김 씨가 영화 속 ‘김만섭’(송강호)과 동일 인물이라는 정황은 나왔지만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진에는 1980년 당시 민주화운동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음식을 먹는 가운데 힌츠페터 씨와 김사복 씨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속에는 ‘씨알의 소리’를 창간한 함석헌 선생도 등장한다. CBS 노컷뉴스는 이날 “힌츠페터 씨와 당시 독일 TV방송인 ARD-NDR에 소속돼 일본 특파원을 지낸 페터 크렙스 씨가 사진 속 인물이 힌츠페터 씨가 맞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58)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책장 속 수많은 앨범을 뒤진 끝에 아버지와 힌츠페터 씨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찾아냈다”며 “영화 속 김만섭과 동일 인물임을 입증할 증거인 만큼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왼쪽)와 김사복(극중 이름은 김만섭·송강호). 쇼박스 제공
김 씨는 “영화에서 소시민으로 그려진 김만섭과 달리 아버지는 힌츠페터 씨에게 택시에서 시국 브리핑을 해줄 정도로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1980년 광주에 다녀온 뒤에는 ‘어떻게 같은 민족에게 총칼을 휘두를 수 있느냐’며 통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 김사복 씨는 1980년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호텔 택시를 몰며 외신 기자들과도 자주 어울렸고, 영화 속 “노(NO) 머니, 노 광주”식의 ‘짧은’ 영어 실력과 달리 영어에도 능통했다는 게 아들 김 씨의 증언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영화로 다뤄준 것 자체가 고맙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4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힌츠페터 씨가 수소문을 해 연락이 닿지 않은 것 같다”면서 “우리 집은 아들 둘에 어머니도 살아계시는 등 세부적인 내용엔 픽션이 더해졌지만 아버지의 소신과 그 시대에 대한 고발은 그대로 담겨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향후 김 씨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협의해 아버지의 행적과 사진을 복원해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힌츠페터 씨의 유해가 묻힌 망월동 묘역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옮기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날 배급사 쇼박스 측은 “사진 속 인물이 힌츠페터 씨가 맞는 것으로 보이지만 독일에 사는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씨에게 최종 확인 중이다”라고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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