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이제 안녕… 무더위 잊게 한 코리아 남매

강홍구기자 , 이헌재기자

입력 2017-08-08 03:00:00 수정 2017-10-16 17: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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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30cm 퍼팅악몽’ 씻고 메이저퀸▼

김인경, 브리티시女오픈 우승… 시즌 3승

‘퀸’의 환호 김인경(29·한화)이 7일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김인경의 세계랭킹은 이날 우승에 힘입어 21위에서 9위로 수직 상승했다. 한화 제공
“슬픔은 어제(Yesterday)의 이야기가 됐다.”

김인경(29·한화)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 소식을 전하며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영국의 세계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노래를 거론했다.

김인경은 7일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50만4821달러(약 5억7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김인경은 어려서부터 비틀스의 열성 팬이었다.


○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비틀스의 ‘블랙버드’ 중)”

얼마나 좋았으면… 김인경이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의 한 장면. 팝송에 맞춰 춤을 추며 배트맨 동작을 선보였다. 사진 출처 김인경 인스타그램

2007년 투어 데뷔 후 김인경은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2009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는 박세리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영광 뒤엔 시련이 찾아왔다. 2012년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피레이션)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30cm 거리의 파 퍼트를 실패하며 눈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고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다. 김인경의 아버지 김철진 씨(63)는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지만 어딜 가나 ‘비운의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다 보니 인경이가 힘들어했다. 때로는 골프 하기 싫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설명했다.

그러나 “아픔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는 자신의 말처럼 김인경은 스스로 헤쳐 나갈 줄 아는 선수였다. 평소 취미였던 그림 그리기 외에도 명상, 요가, 피아노, 기타 연주 등에 몰입하며 아쉬움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블랙버드’를 비롯한 비틀스의 노래는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최근에는 비틀스의 로고가 새겨진 볼 마커를 모자에 꽂고 다니기도 했다.


○ “그러면 좀 더 나아지기 시작할 거야(Then you‘ll begin to make it better·비틀스의 ‘헤이 주드’ 중)

3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였던 김인경은 무너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켰다. 아버지 김 씨는 “차라리 선두보다 중간 순위에서 마지막 날 경기를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부담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고 했다.

마지막 순간의 실수가 가져온 트라우마를 비로소 이겨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인경은 “과거 실수에만 머무르기보단 (실수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현재의 순간은 더욱 특별해질 것”이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김인경은 이달 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투어 한화클래식 참석을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

올 시즌 들어 앞서 열린 LPGA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을 한 김인경은 메이저 타이틀까지 추가하며 시즌 세 번째 우승을 맛봤다. 올 시즌 투어 다승 선두로 나서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수술 후유증 이겨내고 시즌 4승 쾌투▼

류현진, 뉴욕메츠戰 7이닝 1피안타… ML데뷔 후 최고 피칭

얼마나 좋았으면… 김인경이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의 한 장면. 팝송에 맞춰 춤을 추며 배트맨 동작을 선보였다. 사진 출처 김인경 인스타그램
초구로 던진 컷 패스트볼(커터)은 날카롭게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2구와 3구째도 연속으로 커터를 던졌다. 3번째 결정구는 평소처럼 몸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돌아 들어가도록 던졌다. 삼구 삼진.

7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전 4회말. 커터 3개에 얼어붙은 뉴욕 메츠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부상 후유증과 팀 내 선발 경쟁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LA 다저스 류현진(30)이 ‘역발상 투구’와 커터를 앞세워 시즌 4승(6패)째를 따냈다.

류현진은 이날 메츠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1안타만을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4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8개나 빼앗는 등 퍼펙트에 가까운 투구였다. 메츠 타자 중 누구도 2루를 밟지 못했다.

고질적인 1회 불안증을 털어냈다. 전날까지 류현진의 1회 통산 평균자책점은 4.88이나 됐다. 하지만 이날은 1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역발상’으로 불릴 만큼 평소의 투구 패턴을 버리고 상대 타자들의 허를 찌른 볼 배합이 원동력이었다.

류현진은 그동안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써 왔다. 하지만 이날 1번 타자로 나선 왼손 마이클 콘포토를 상대로 몸쪽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졌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그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류현진은 이날 96개의 공 가운데 직구(33개)에 이어 커터(22개)를 많이 던졌다. 커브(17개)와 체인지업(20개), 슬라이더(4개) 등 모든 구질이 위력을 발휘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km.

류현진은 7월 31일 샌프란시스코전 7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평균자책점은 3.83에서 3.53으로 좋아졌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지난 2년간 재활에만 매진했던 류현진은 3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는 “지금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 그리고 아프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텍사스 에이스였던 다루빗슈 유의 다저스 이적으로 팀 내 입지가 좁아질 뻔했던 류현진이 시즌 최고의 호투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만큼은 우리가 알던 ‘괴물’의 모습 그대로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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