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승마지원 경영권 승계와 무관… 합병, 미전실서 한 일”

권오혁기자 , 이호재기자

입력 2017-08-03 03:00:00 수정 2017-11-01 0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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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신문서 구속후 처음 입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2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독대한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 청탁을 한 일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삼성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 승마훈련을 지원한 일도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66)에 대한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삼성의 최종 결정권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최 전 실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최 씨 모녀 승마 지원 등을 결정했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이 올 2월 특검에 의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뒤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언대에 섰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 “박근혜, 홍석현 맹비난…부탁할 분위기 아냐”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 차림을 한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35분경 최 전 실장에 이어 피고인 신문을 받기 시작했다. 답변을 신중하게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손짓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15일 독대한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이 없었다는 의미다. 또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에 적힌 ‘금융지주회사, 글로벌금융, 은산분리’ 메모에 대해서도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중앙일보의 자회사 JTBC가, 뉴스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나라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느냐”며 ‘이적단체’라는 말을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중앙이 삼성 계열사였으니 얘기 좀 하라”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독립 언론사고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손위 어른이어서 어렵다”고 답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머니(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홍 전 회장 누나)에게 말씀드리라”며 짜증을 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흥분해 얼굴이 빨개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두 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홍 전 회장이) 누구랑 내 얘기 어떻게 하는지 모르느냐’, ‘모 국회의원이랑 모의하고 다니는 거 모르느냐’ ‘정치 야망이 있는 것 같은데 삼성이 줄 대는 거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그날 분위기는 제가 얘기를 하고 (경영권 승계) 부탁을 하고 그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독대 당일) 오후에 홍 전 회장에게 그대로 전달했다”며 “그 뒤로 (홍 전 회장이) 대통령을 몇 번 만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정유라, 누구인지…승마선수인 줄 몰랐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 독대 당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1)가 누구인지, 승마선수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정윤회 씨(정 씨의 아버지)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그의 딸의 ‘공주 승마’ 의혹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정 씨의 승마 지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다.

또 당시 자신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논란이 된 건 알았는데 두 회사의 업무에 대해 잘 몰랐다. 합병도 두 회사 사장님들과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 알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전 실장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한 적이 있다”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아야 하는데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합병에 반대한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합병을 밀어붙이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또 “나는 미전실에 소속되거나 근무한 적이 없다.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으로 업무의 90∼95%가 전자 및 전자 계열사에 관한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업무에 매진하느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최지성 “승마 지원, 이 부회장에게 보고 안 해”

최 전 실장은 피고인 신문에서 “(미전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룹 내 최종 의사결정은 제 책임하에 했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실무는 잘 모른다”고 강조했다. 최 전 실장은 또 이 부회장은 최 씨 모녀 승마 지원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승마지원은 대통령이 요청한 내용이지만 정 씨 지원이라고는 (이 부회장에게) 말한 적 없다. 최 씨가 뒤에서 장난질을 친 것 같은데 이걸 확인할 수도 없고 자칫 유언비어 같은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곤란하면 내가 물러나면 된다고 생각해 이 부회장에게 (승마 지원 문제를) 얘기하지 않는 걸로 했다”고 설명했다.

권오혁 hyuk@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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