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강도 규제 종합세트… 노무현 정부 실패 되풀이 우려도”

천호성기자 , 박성진기자

입력 2017-08-03 03:00 수정 2017-08-03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8·2부동산대책]전문가들이 보는 정부대책 효과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넘어선 강력한 부동산 정책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일 내놓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이하 ‘8·2부동산대책’)이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나왔던 숱한 규제를 망라한 최고 강도의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책은 청약시장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해 11·3대책, 올해 6·19대책과 달리 신규 분양과 기존 아파트 매매·임대차 시장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지역 주택 공급 방안이 빠져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정부 대책→일시적 집값 안정→수급 불안에 따른 집값 상승→추가 대책’의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고강도의 규제 종합선물세트

대책의 효과는 그동안 투자 수요가 많이 몰린 지역일수록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 등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투자자의 수익을 반감시키는 규제책이 대거 포함돼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고가 주택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 등을 밝히도록 한 점도 대출을 끼고 고가 주택을 사려는 투자자들에게 부담스럽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고가 주택을 살 경우 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편법 증여 가능성 등을 조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수도권 집값 폭등의 진원지로 꼽혔던 재건축 사업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가능성이 커져 사업성이 떨어진 데다 조합이 설립된 아파트의 매매도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시장 현장점검을 맡은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경찰처럼 분양권 불법전매, 다운계약 등을 단속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제’도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과 재개발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돼 기존 대책 때와 달리 수도권 이외 지역이 반사이익을 얻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8·2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효과는 빠르고 충분하게 나타날 것이다. 추가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집값 못 잡으면 후폭풍 클 것”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대부분 “당장에 과열 양상을 잡을 만한 충분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집값 폭등의 또 다른 원인인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 부족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빠진 건 흠”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공적임대주택 연간 17만 채 공급 △신혼부부용 공공주택 5만 채 건설 등을 내세웠다. 도심 새 주택 부족 문제에 대해선 ‘올해와 내년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에서 각각 1만9000채, 2만4000채의 아파트가 입주한다’며 당분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재건축이 활발히 추진되던 올해 초까지와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 시작되는 내년 초부터는 서울 주택정비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 부족 문제가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인포 등에 따르면 2019년의 강남4구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5000여 채로 다시 줄어든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핵심 지역에서 양질의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며 “이런 수요에 맞는 집이 공급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론 매물 부족만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집값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전·월세 시장이 들썩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매매 수요가 전세나 월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및 월세보증금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도권 내 아파트 전세가율이 현재 70∼80%로 높아진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부동산 정책은 먹힐 때까지 정말 끝까지 간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급랭해 지방세인 취득세수 등이 줄어들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여당에 대한 불리한 민심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럽다.

천호성 thousand@donga.com·박성진·손가인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