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난민-간척… 바다를 보는 ‘날선’ 시선들

김선미 기자

입력 2017-08-01 03:00:00 수정 2017-08-0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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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격자에 갇힌 바다’展… 20일까지 국내외 3인 작품 전시

최근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김아영, 루노 라고마르시노, 찰스 림 이 용 작가(왼쪽부터). 이들은 바다를 정복한 현대성을 파고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뫼르소에게 바다는 방아쇠를 당기게 했던 강렬한 태양의 해수욕장이었고, 심청에게 바다는 효심을 시험하는 냉혹한 인당수였다. 그런데 이 바다를 자원 패권과 국경, 자본주의 공간으로 규정하는 또 다른 시선을 만났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20일까지 열리는 그룹전 ‘격자에 갇힌 바다’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를 통해서다.

김아영의 ‘깊은 애도’.
갤러리 1층에 들어서면 김아영 작가(38·한국)의 ‘무한 반복의 역청 지휘’라는 비디오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석유를 정제할 때 잔류물로 얻어지는 역청을 지휘하는 손이다. “1970년대 아버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오일머니를 벌어왔어요. 석유는 근대화에 기여했지만 한편으로는 제국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죠.”

그는 대홍수와 방주의 이미지를 콜라주하기도 했다. 흑백의 대리석으로 각 종교의 경전에 나타나는 인류의 재앙을 몽타주로 표현한 것(‘깊은 애도’).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극장을 가라앉는 배로 형상화한 비디오 작업(‘이 배가 우리를 지켜주리라’)은 세월호 사건도 떠올리게 한다.


루노 라고마르시노의 ‘바다 문법’.
루노 라고마르시노 작가(40·스웨덴)에게 바다는 ‘유럽중심주의’의 상징이다. 그의 대표 프로젝션 작업인 ‘바다 문법’ 앞에 섰다. 슬라이드 화면 80장이 찰칵찰칵 넘어갈수록 지중해 사진에 구멍이 늘어가더니, 종국에는 바다가 사라졌다. “저의 부모는 아르헨티나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망명했어요. 바다는 불안하고 구멍 난 공간이에요. 오늘날 대규모 난민들이 처절한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으니까요.”

찰스 림 이 용의 ‘Sea state 6’.
1996년 싱가포르 국가대표 요트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던 찰스 림 이 용 작가(44·싱가포르)는 ‘바다의 국토화’에 문제를 제기한다. “싱가포르는 끊임없이 간척하면서 자본주의 공간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정복해야 할 영토가 됐어요.” 그는 간척사업 현장과 전복된 요트를 세우는 자신의 행위를 찍은 두 영상을 마주 보도록 설치해(‘Sea state 6’) 국가주의적 퍼포먼스와 개인의 몸부림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 명의 작가는 바다를 철학의 공간으로 바꿔 놓고 바다를 새롭게 보게 한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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