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암초 만난 국내 완성차업체들… “극약처방 절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7-07-19 09:44 수정 2017-07-19 10:00
“회사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드린 다음 그 비용을 차 값을 높이거나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거나 하도급업체에 압박을 가해 충당하는 형태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20년간 한국소비자원에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온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완성차업체의 노조 파업에 대해 이 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결의하면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 최근 극심한 내수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이번 노조파업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기아차 노조는 18일 전체 조합원 2만824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참가인원 2만4871명(투표율 88.1%) 중 2만375명(재적 대비 72.1%)이 찬성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로서 기아차는 6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파업 찬성의 압도적인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월 11일 사측과 임금교섭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서로의 견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기본급 대비 6.93%·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 중이다. 별도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과 우리사주 출연, 정년 퇴직자 센터 제공 및 일자리 협의체 구성 등 11개 사안을 요구했다. 이 중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문제는 임금교섭의 핵심 사안이다. 사측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되 총액 임금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총액임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지난 14일 파업을 가결했다. 이후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었다. 한국GM 노조도 앞선 지난 7일 임금협상과 관련한 파업을 가결했다. 노사는 여전히 교섭 중이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개별노조인 쌍용차 노조와 르노삼성 노조는 현재 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중이다.
이 같은 완성차 노조 연쇄 파업으로 자동차 산업은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게 됐다. 18일 국내 5개 완성차업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78만529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만8115대와 비교해 4% 감소했다. 내수 판매량은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시행됐던 2014년 이후 3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 완성차 수출량은 132만4710대로, 지난 2009년 93만9726대 이후 8년 새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완성차 수출량은 2015년 이후 3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최근 7년 사이 최저 수준이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상용차 포함)은 총 216만2548대로, 2010년 209만9557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하반기 본격적으로 파업이 행해지면 생산 차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사측의 경영 위기를 외면하고 노조가 권리만 찾는 것으로 비춰지면 서로 좋을 게 없다”며 “사측도 더 이상 노조에 끌려 다니지 말고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 이행하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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