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비리와 매출침체, 겹치기 악재로 면세점 휘청

김재범 기자

입력 2017-07-13 05:45 수정 2017-07-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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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비리 ‘복마전’으로
매출부진 장기화 우려, 구조조정 논의 솔솔

한때는 우리 관광산업을 이끄는 실질적인 캐시 카우(cash cow·확실한 수익수단)로 주목을 받았다.

유통업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부정과 비리가 뒤얽힌 ‘복마전’ 취급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의 사드보복(금한령)으로 급격히 줄어든 매출은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연말까지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선정 비리와 매출부진, 쌍끌이 삼각파도를 맞고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면세점 이야기다.


● “우리 지금 떨고 있니?” 의혹 규명 칼끝은 어디로

11일 발표한 감사원의 면세점 선정에 대한 감사결과는 ‘혹시나 혹시나’했던 세간의 의혹이 ‘역시나…’라는 씁쓸한 결론으로 밝혀진 것이었다.

감사원은 2015년 7월 면세점 신규특허 발급 때 주무기관인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롯데호텔은 실제보다 훨씬 적게 받고, 반대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더 많은 점수를 받아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른바 ‘면세점 대전’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당시, 관세청 발표를 앞두고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가 급등해 숱한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심사결과의 사전 유출 여부에만 초점이 맞추어졌지, 심사과정에 대한 의혹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공공기관이 평가는 공정하게 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지만 헛된 기대였다.

같은 해 11월에 있었던 ‘2차 면세점 대전’ 때도 역시 잘못 부여한 계량항목 점수를 심사위원에 제공해 선정업체가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두 차례의 잘못된 사업자 선정에서 모두 롯데면세점이 불이익을 보며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대신 1차에서는 면세점 진출을 염원하던 한화가, 2차에서는 유통업 경험이 사실상 거의 없던 두산이 사업권을 따냈다. 이때도 특혜설이 불거졌지만 소문으로 마무리됐다.

2016년 신규 면세점 선정에서는 대통령 지시로 선정업체를 4개로 늘리기 위해 기준을 편법으로 조정했다. 역시 당시에도 언론 등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해명이 없었다.

감사원이 이런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직 관세청장을 고발하는 등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앞으로 수사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여권 의원들은 면세점 선정비리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업자 선정 특혜를 본 모양새가 된 두산과 한화의 행보도 관심사다. 두 기업 모두 “관세청을 상대로 로비는 전혀 없었다”고 12일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관세법상 선정과정의 비리가 적발될 경우, 특허를 받은 면세점은 사업권을 반납해야 한다.


●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 구조조정 논의 본격화?

이번과 같은 ‘면세점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것은 그동안 면세점이 기업에게 돈을 몰아주는 효자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는 이런 시각이 유효했다. 하지만 3월 중순 중국의 금한령이 본격 가동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업계 부동의 1위 롯데면세점의 경우 6월 말까지 매출이 전년보다 3500억원이나 줄었다. 원인은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 상황은 다른 면세점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롯데, 신라 등 업계의 기존 강자들은 나은 편이다. 이번에 ‘특혜’ 논란에 휘말린 한화나 두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급기야 한화는 치열한 경쟁 끝에 따냈던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다음달 반납하기로 했다. 매출이 매장 임대료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동화면세점도 이미 오래전에 매물로 나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현재 10곳, 앞으로 문을 여는 곳까지 포함하면 13곳으로 포화상태다”며 “중국발 매출 침체도 장기화될 전망이라 이번 감사원 감사가 구조조정 공론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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