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는 양국 모두 이익… 재협상 두려워할 필요 없어”

이건혁기자 , 천호성기자 , 이승헌특파원

입력 2017-07-04 03:00 수정 2017-07-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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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이후]통상전문가들이 보는 ‘FTA 재협상’


“솔직히 북한 핵 문제에 집중하느라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제기에 대한 대비가 덜됐다. 그나마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현장에서 대응해 이 정도로 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내내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 공동선언문과 언론발표문에 ‘한미 FTA’라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건 철저한 준비 덕분이 아닌 현장의 임기응변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기술을 방어해냈지만,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집요한 요구는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은 당장이라도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교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임기응변, 두 번은 안 통한다’

3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이 회담 직전 브리핑에서 한미 FTA 등 무역 이슈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 전까지 사드, 북핵 이슈만큼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치고 나올 줄 짐작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트럼프 시대의 정상회담은 이전보다 준비 과정을 두 세배 더 요구한다”며 “한미 FTA 이슈 제기를 경험해 이를 깨달은 것도 회담의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이번에는 한국이 잘 방어해냈지만, 앞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처럼 넘어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통상 전문가들도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동아일보가 국내 통상 정책, 국제법, 무역 관련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2명이 빠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미국이 재협상을 공식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의회에 재협상을 위한 실무적 절차를 밟기 시작하면, 10월에 공식적으로 재협상 요구가 도착할 수도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이 요구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절반 이상인 11명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이익을 주는 협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지식재산권 문제 및 서비스 무역과 관련해서 미국 측의 보이지 않는 관세 장벽,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도(ISD) 완화 등은 재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FTA 상호 호혜적 측면 강조해야”


문 대통령은 미국에 “양측 실무진이 FTA 시행 이후 효과를 공동 조사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미국은 이 제안에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한미 FTA를 재협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시작할 ‘특별공동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양국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의 대표 업종으로 거론한 자동차·철강 문제는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무역에서 20년 넘게 해결이 안 된 문제이다. 미국산이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질 않아 겪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국이 한미 FTA를 통해 동등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5년간 교역량은 연평균 2% 감소한 반면 한미 교역 금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1.7% 증가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FTA 발표 이후 양국 간 무역 규모가 증가세를 유지한 건 한미 FTA 효과 외에는 다른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이익을 주고 있다는 뜻에서 공정성 점수로 10점 만점에 평균 7.4점을 부여했다.

이건혁 gun@donga.com·천호성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설문에 참여하신 분들 (가나다순)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철원 숭실대 법학과 교수,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정기창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정영진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정인교 인하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재호 고려대 경영대 교수,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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