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현충원 1호 의사자 가족의 현충일
하정민 기자, 김유정 인턴
입력 2017-06-06 17:06 수정 2017-06-07 10:43
#. ‘현충원 1호 의사자’ 가족들의 현충일
바다 빠진 아이 구하고 숨진
故채종민 씨와 두 가족 이야기
#. 2006년 7월 서울에서 버스 정비사로 일하던
채종민 씨(당시 35세)는 전남 진도로 여행을 떠났죠.
이날 김은정(가명·50) 씨도 세 딸과 진도 해수욕장을 찾았는데요.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막내딸 이모 양(당시 8세)이 바다에 휩쓸렸습니다.
채 씨는 즉각 뛰어들어 이 양을 구했죠.
하지만 그는 거센 물결에 휘말려 숨졌습니다.
#. 2006년 10월 정부는 채 씨를 의사자로 선정했고
2007년 4월 26일 대전현충원 의사상자 묘역에
가장 먼저 안치했습니다.
이 곳에는 2003년 동료를 구하려다 사망한
남극 세종과학기지 전재규 연구원,
세월호 박지영 승무원, 초인종 의인 안치범 씨 등
큰 울림을 준 의사상자 48명이 잠들어 있죠.
#. 채 씨는 3남 2녀 중 막내아들이었죠.
생떼 같은 아들을 허무하게 보낸 채 씨의 어머니는
사고 한 달 후 진도를 찾아
김정은 씨와 남편 이정건(가명·51)씨 부부를 만났습니다.
“아들의 명이 거기까지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마라.
나에게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머니는 부부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죠.
#.
“부모님이 원망의 말씀을 한 마디도 하시지 않았다.
우리가 건넨 장례비도 돌려주셨다.
서로 마주보고 눈물만 펑펑 흘렸다”
김정은 씨
#. 이후 명절이면 이 씨 부부는 채 씨 집을 찾아
아들과 며느리 노릇을 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햅쌀과 봄동도 매년 채 씨 집에 보냈죠.
채 씨 부모도 이 씨 자녀를 손녀처럼 여겨
세 딸에게 학용품과 책가방을 선물했습니다.
#. 이 씨 부부는 채 씨의 부모를 아버지·어머니로 부릅니다.
채 씨 어머니는 2011년, 채 씨 아버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는데요.
채 씨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1년 반 동안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이 씨 부부는 1달에 2,3번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아버지가 유난히 제가 만든 김치를 좋아하셨다.
병원에 계실 때 반찬을 이것저것 싸가도
늘 김치만 놓고 가라고 말하셨다”
김정은 씨
#. 채 씨 어머니는 임종 전 자녀들에게
“이 씨 부부와 친형제처럼 지내라”는 유언을 남겼죠.
이후 두 가족은 더욱 가까워졌는데요.
채 씨 여동생은 이 씨를 친오빠처럼 여기며 집안 대소사를 의논하죠.
채 씨의 큰형 채종채 씨(52)도 “이 씨 가족은 우리 혈육”이라고 말합니다.
#. 채 씨 가족을 만난 후 이 씨 부부도
‘베푸는 삶’을 살고 있죠.
“우리가 받은 도움을 주변 이웃들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4개월 간 집과 진도체육관을 오가며
봉사 활동을 했다”
김정은 씨
#. 두 가족은 매년 명절과 현충일이면 대전현충원에서 만납니다.
2017년 6월 6일에도 어김없이 만났죠.
“그동안 자주 만나면서 사진 한 장 못 찍었는데
이번에 두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겠다”
채 씨의 둘째 형 채종오 씨(49)
두 가족의 우애가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원본: 위은지 기자
사진 출처: 동아일보DB·채종오 씨·대전현충원·뉴시스
기획·제작: 하정민 기자·김유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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