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지역주택조합 허위 광고

천호성기자 , 강성휘기자

입력 2017-06-07 03:00 수정 2017-06-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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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피해 접수 21% 늘어난 97건… 공정위, 소비자 피해 경보 발령

자영업자 윤모 씨(47)는 올해 초 경기 의정부시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조합 가입금 등 1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조합추진위원회는 55층 아파트 1700채를 짓는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아파트를 지을 땅조차 확보하지 않은 ‘유령 조합’이었다. 윤 씨는 “알고 보니 당시 추진위가 실제로 확보한 땅은 전체 사업 예정지의 2%도 안 됐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지역주택조합의 허위 광고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 피해경보를 발령한다”고 6일 밝혔다. 지역주택조합은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토지를 사들인 뒤 아파트를 짓는 방식의 주택사업이다.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사업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이 20% 정도 저렴해 소위 ‘아파트 공동구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공급이 크게 늘면서 과장 광고에 따른 사기 분양 등의 피해가 늘고 있다.

공정위가 소개한 대표적인 허위 광고 유형은 모집된 조합원 수와 토지 확보 규모를 부풀리는 것이다. 조합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려면 전체 주택 수 50% 이상의 조합원과 사업용지 80%에 해당하는 땅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요건 충족이 임박한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조합들이 많았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토지 매입 과정에서 사업비가 늘어날 경우 이 비용이 고스란히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단지 규모를 허위로 홍보하는 일도 잦다. 지자체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도 전에 아파트 총 가구 수와 층 등을 광고하는 것이다. 동·호수를 선착순으로 지정해 계약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는 것 역시 대표적인 사기 유형으로 꼽힌다.

실제로 공정위가 접수한 지역주택조합 피해 사례는 올해 1분기(1∼3월) 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0건)보다 21% 늘었다. 이병건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화려한 단지 조감도·투시도 등을 확정된 설계안인 것처럼 내세워 광고해도 부당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지자체 등에 실제 사업 진행 상황을 꼼꼼히 확인한 뒤 계약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세종=천호성 thousand@donga.com / 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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