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자리 상황판’ 설치한 文, 재벌 점검보다 서비스업 육성을

동아일보

입력 2017-05-25 00:00:00 수정 2017-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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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고용 관련 경제지표 18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일자리 상황판을 집무실에 설치했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며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에게 “각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부문과 협력해 좋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일자리 양은 늘리고, 격차는 줄이고, 질은 높인다’는 정책 방향에 따라 취업률, 임금 격차 등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챙기며 ‘일자리 대통령’으로서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올해 4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11.2%로 외환위기 못지않게 심각하다. “지금의 청년 실업은 구조적인 이유이므로 정부가 시장의 일자리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될 듯하다. 그러나 “(앞으로 상황판에서) 고용의 큰 몫을 차지하는 상위 10대 그룹이 될지, 상위 30대 그룹이 될지 그런 대기업 재벌 그룹의 일자리 동향을 개별 기업별로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기업에 압박으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행정부 재량에 따라 안 되는 일이 없는 한국적 풍토에서 대통령의 모니터링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기업은 없다. 민간기업의 채용과 일자리 숫자에 정부가 일일이 개입한다면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는 시장경제 체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일부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것처럼 다른 대기업도 정부 정책에 동조하라는 신호라면 기업의 팔을 비튼 권위주의 정부와 다를 게 없다.

정부가 ‘좋은 일자리는 정규직 일자리’라는 전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에 대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독려한다면 따르지 않을 기관이 없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정규직 숫자가 늘 수도 있지만 그 결과 공공기관이 비대해지고 인건비가 늘면서 생산성이 낮아진다면 이미 1000조 원을 돌파한 공공부채는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불어날 것이다. 성과주의 중심의 공공개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의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거대 공기업의 철밥통만 공고해지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서비스업이 낙후된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하고서는 어떤 좋은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8월 민관 합동으로 만든 비전2030에서 국가장기비전을 실현하는 첫 번째 수단으로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영세자영업이 넘치는 서비스업을 교육 의료 관광 위주로 개편해 동반성장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였지만 보수정권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 제정에 반대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부라면 서비스산업 육성에서 고용 확대의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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