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냥이와 멍이 이야기
노트펫
입력 2017-03-15 14:07 수정 2017-03-15 14:07
그림은 세상입니다. 모든 게 다 들어 가 있는 세상입니다.
신화속의 인물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역사, 종교, 과거, 현재, 미래. 시간과 공간을 날줄 과 씨줄 삼아 모든 것이 그림 속에 들어 있습니다. 우리들의 친구인 냥이와 멍이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 온 만큼 예술작품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생활합니다. 장난꾸러기로 신 또는 악마로, 포근한 동반자로. 이야기는 하나인데 이를 표현한 예술작품은 수천점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대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주님의 아드님으로 불릴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듣는 ‘수태고지’(가톨릭 성경 루카 복음서 1장 26절 ~ 38절)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성모님의 기쁜 소식이란 의미에서 ‘성모영보’라고도 부릅니다. 그림으로, 조각으로, 성당을 장식하는 스테인 그라스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수태고지에도 “짜잔” 냥이가 등장합니다.
한 마리 냥이는 대천사의 등장에 깜짝 놀라 도망가고 있습니다. 다른 냥이는 자는 듯, 조는 듯 시선을 깔고 귀를 쫑긋하고 누워 있습니다. 냥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대접이 다르기 때문이겠죠. 로토의 냥이는 그림 한 복판에 있으면서 눈에 잘 띕니다. 그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검은 고냥이는 중세 가톨릭에서 악마 또는 마녀의 상징입니다. 예수의 탄생으로 인간의 죄가 씻겨 진다는 암시입니다. 루벤스의 냥이는 왜 도망가지 않을까요? 자다가 귀만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루벤스의 냥이는 마리아의 동반자로 보입니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일어난 번거로움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대천사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 마리아의 모습과 어울립니다. 마녀나 악마의 상징으로 탄압받는 신세가 아닌 인간의 반려자로서의 자격을 획득한 자세입니다.
로토는 르네상스 후기화가이고 루벤스는 르네상스화풍을 이으면서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대화한 바로크화가입니다. 르네상스이후 화가들의 시선은 종교일변도에서 벗어나 인간과 인간의 내면에 집중합니다. 종교적 주제의 그림이지만 인간의 체취가 느껴지는 이유죠. 로토의 마리아는 뭔가 당황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책상에서 책을 보다가 가브리엘이 나타나자 다급하게 뒤돌아선 표정입니다. 심지어 하나님과 대천사를 등지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습니다.
루벤스의 마리아도 기꺼운 표정은 아닙니다. 또 후덕하게 표현됐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 르네상스이후의 미술이기에 가능한 표정과 자세들입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해야 하는 마리아의 인간적인 고뇌와 당혹감이 비춰집니다. 종교가 지배하던 중세 때 마리아를 이처럼 표현했다면 분명히 혼쭐이 났을 겁니다. 독자분들과 함께 그림 속 냥이와 멍이의 이야기 탐험을 위한 첫발을 띠었습니다. 그림을 주로 하되 조각과 건축 등 다른 미술도 다룰 생각입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의 원제목은 The Story of Art입니다. 미술이 예술이고 그 범주에 조각과 건축도 포함됩니다. 다음에는 올랭피아(마네)에 등장하는 검은 고냥이와 우르비노의 비너스(티치아노)에 등장하는 멍이 탐험에 나섭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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