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롯데마트 4곳 영업정지… 기업 4000명 韓 포상관광 취소

구자룡 특파원 , 김현수 기자 , 박민우 기자

입력 2017-03-06 03:00 수정 2017-05-0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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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무차별 사드 보복]민관 일사불란 ‘한국 보이콧’

중국이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에 초청했던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일방적으로 참가자 명단에서 삭제한 것은 힘으로 상대국을 길들이려는 중국의 일방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중국 당국의 한국행 단체여행객 모집 금지 여파로 기업 등의 방한 일정 취소와 한국 제품 통관 금지가 잇따르는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중 정부 간 및 공공외교 활동은 사실상 ‘빙하기’에 가깝다. 8월 24일 수교 2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양국 정부 간에 실무적인 대화도 오가지 못하고 있다. 2003년부터 주중 한국대사관과 각 지방정부를 돌며 진행해 온 ‘한중 우호주간’ 행사는 지난해 하반기 행사부터 무산됐다. 정부간 ‘4대 전략대화’(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과 외교담당 국무위원 대화, 외교 국방 국장급 2+2대화, 국책연구기관 대화, 정당 간 대화)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단됐다.

6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2차 정기 총회가 예정대로 열릴지도 미지수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는 미국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대항마’ 성격의 국제 금융기관이다. 국제회의에 일방적으로 참가자를 넣다 뺐다 하는 최근 중국의 행태를 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 분야의 단절은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당국이 15일 이후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여행 계획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 사이트인 시트립(CTrip)과 취나얼왕, 투뉴(途牛) 등은 한국 여행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화장품 제조 판매사 커우천(寇晨)그룹은 4월 17∼21일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열고 임직원 4000명에게 포상관광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의료기기 업체 유더(優德)그룹 임직원 1만2000명도 3, 4월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한국산 식품의 통관 거부도 잇따르고 있다. 랴오닝(遼寧) 성 다야오완 검험검역국은 4일 수입된 한국 식품들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통관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이 불허된 한국산 식품 중 하나는 18가지로 구성된 2.1t 분량이며 조리된 한국산 생선 식품도 첨가제가 중국 기준치에 맞지 않는다며 폐기 처분됐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보복의 타깃이 되고 있다. 랴오닝 성 단둥(丹東)과 둥강(東港),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 장쑤(江蘇) 성 창저우(常州)의 롯데마트 4곳이 소방법 위반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중국 내 한국 공관들은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 전면 금지 조치에 대응해 한국 방문을 희망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개별 비자를 직접 접수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5일 오후 주요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중국 현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고 우리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 측에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의 한국 관광 제한 정책 등 중국의 각종 조치는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우선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보호무역 피해 기업’을 추가해 기업 1곳당 최장 5년간 최대 10억 원의 정책자금을 융자해 주기로 했다.

기업들의 자구 노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홍콩을 포함해 범중국 수출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화장품 업계는 중동,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 두바이 1호점을 당초 하반기(7∼12월)로 예정됐던 것보다 다소 앞당겨 6월 중 낼 가능성이 높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타 지역 비중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김현수 / 세종=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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