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四季]봄 별미 알배기 ‘입 안의 호사’

동아일보

입력 2017-03-02 03:00 수정 2017-03-02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동아일보-다이어리알 공동 기획]3월 주꾸미

《진짜 ‘알’배기 제철 주꾸미.

가을 낙지, 겨울 문어라고 한다. 이들의 ‘사촌’인 주꾸미는 체급이 훨씬 작고 다리도 짧지만 봄에는 그들을 제치고 극진히 대우받는다. 시기상 별미가 될 수밖에 없다. 주꾸미는 생태적 특성으로 추위를 기피해 날이 풀릴 때를 기다려 산란한다.

보통 3월 중순∼4월 중순 사이가 산란 직전의 상태로 알이 몸통 가득 차 있다. 모양은 둥글고 몸통을 눌러 보면 단단하다. 몸통을 열어 보면 알이 가득 모여 있는 것이 마치 ‘찐 밥’ 모양 같다. 일본에서도 주꾸미가 밥을 머금고 있는 문어 모양과 비슷해 ‘반초(飯소)’라는 별명을 지어 줬다. 맛은 구수하고 달달하다. 모성애가 가장 충만할 시기인 이때 주꾸미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맛만큼 영양도 훌륭하다. 피로 해소에 좋고 체내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타우린이 풍부해 현대인을 위한 보약으로도 불린다. 알을 낳아 여위고 볼품없어지면 맛도 영양도 떨어진다. 이맘때를 놓치지 말자. 올해는 제때 가정에서나 외식 메뉴로 꼭 주꾸미를 즐겨 보자.》
 


핫 플레이스 5

제철을 맞은 물 만난 주꾸미를 놓칠 수 없다. 알배기 주꾸미 맛을 볼 수 있거나 주꾸미 하나로 명성을 이어온 노포(老鋪)와 신흥 맛집을 소개한다.


○ 서울다이닝

서울다이닝의 ‘주꾸미 파에야’는 초록색과 흰색의 색상 조합으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파에야’라는 이름표를 달았지만 굉장히 익숙한 한국적인 맛을 보여준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프렌치와 이탈리아 조리법을 기반으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21세기 서울의 맛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고기를 먹은 뒤 꼭 밥을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에서 착안한 ‘주꾸미 파에야’도 그중 하나다. 정통 스페인 파에야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모양은 낯설지만 맛은 굉장히 익숙하다.

밥을 비벼 먹고, 볶아 먹는 한국적 정서를 셰프의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밥알은 푹 익히지도, 그렇다고 설익지도 않은 중간 정도다. 미나리, 파프리카, 허브 파우더를 넣어 맛을 낸 뒤 볶은 주꾸미를 올렸다.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매콤한 특유의 향과 불맛이 느껴진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주꾸미의 쫄깃한 식감과 어울려 전체적으로 맛이 조화롭다. 코스 중 메인으로 제공되는 요리이기에 취향에 맞게 애피타이저를 선택하면 된다.

서울 중구 동호로 272 웰콤시티 2층, 02-6325-6321, 런치 코스 2만5000원부터. 디너 코스 7만7000원.


○ 고흥쭈꾸미

용두동 주꾸미 골목에 위치한 주꾸미 철판볶음집. 인근 집들과 비교했을 때 덜 맵고 당도가 있다. 다른 집에서 매운맛을 중화시킬 목적으로 나오는 카레 소스가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 그 대신 떡 사리와 홍합탕이 무한 리필이다. 주꾸미가 익었다 싶으면 삶은 콩나물, 깻잎을 찢어 올려 버무려 먹으면 된다. 주꾸미만 먹기 아쉽다면 사리로 추가할 수 있는 삼겹살을 주문하는 것도 좋다. 포장 판매도 가능하다.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 36길 14, 02-922-8435, 주꾸미 1인분 1만 원, 삼겹살 6000원. 계란찜 5000원.


○ 플로라 우미 쭈꾸미

요리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인 조우현 셰프가 문을 연 공간으로 주꾸미와 이탈리아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퓨전 맛집이다. 큰 규모로 한식 공간인 ‘우미 쭈꾸미’와 이탈리아 음식 공간인 ‘플로라’로 나뉘어 있다. 한식 공간에서도 양식 요리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코스 요리로 불쭈꾸미, 갈릭불고기를 기본으로 피자, 파스타, 샐러드를 취향과 가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꽃요리 전문가이기도 한 조 셰프는 이탈리아 음식에 꽃을 장식해 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로 534, 02-732-7009, 갈릭불고기&불쭈꾸미 정식 1인분 8000원.


○ 서산회관

서산회관의 알이 가득 찬 주꾸미철판볶음. 서산회관 제공
충남 서천군 마량항 일대에서 주꾸미 원조 집으로 유명한 곳. 생주꾸미가 들어간 샤부샤부, 철판볶음이 주메뉴다. 양념에 무쳐진 살아있는 주꾸미가 접시째 나온다. 불판에서 몸부림을 치는 주꾸미를 보자면 잔인하다는 생각에 ‘이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되나’라고 말하던 사람도 잘 익은 주꾸미 한 점에 금세 천진난만해진다. 양념을 세게 하지 않아도 본연의 간기와 참맛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다. 양념게장, 새끼주꾸미무침, 간자미 등 기본 밑반찬도 소홀하지 않다.

충남 서천군 서면 서인로 318, 041-951-7677, 주꾸미 철판볶음(소) 4만 원. 주꾸미 샤부샤부(중) 5만 원.


○ 남해꽃게탕

상호는 꽃게탕 식당인데 오히려 주꾸미가 더 유명하다. 왜 주꾸미는 빨간 고추장 양념으로만 구워먹을까 의문이 든 사람들은 이 집에서 소금구이 주꾸미를 만나볼 수 있다. 반반씩 시키면 하얀 꽃, 빨간 꽃이 핀 듯 직화 불판 위에서 통통한 모양으로 소담스럽게 뭉쳐진 주꾸미를 만날 수 있다. 주꾸미와 꽃게는 국내산이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맛은 만족스럽다.

울산 남구 돋질로 302번길 17, 052-276-0576. 주꾸미 소금·양념구이 각 1만 원.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dongailboculture),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몸통-다리 분리 뒤 이물질 제거… 소금물에 꼼꼼하게 헹구면 ‘끝’

●주꾸미 손질법


주꾸미 손질 때는 칼보다 가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주꾸미는 알고 보면 누구나 쉽게 손질할 수 있다. 서울다이닝 김진래 셰프의 도움을 받아 손질법을 알아본다.

죽은 주꾸미나 살아있는 주꾸미의 손질법은 같다. 다만 냉동 주꾸미는 얼려 있는 상태에서 손질하면 부서질 염려가 있어 하루 정도 냉장실에서 해동해 사용한다.

가위를 이용해 몸통과 다리를 분리한 뒤 먹물, 내장, 이빨을 제거하고 밀가루로 빡빡 비벼 이물질과 점액질을 제거한다. 소금물에 빨판이 깨끗해질 때까지 꼼꼼하게 헹구면 손질 끝이다. 손이나 칼보다는 가위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섬세하게 자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헹굴 때는 특유의 간기가 날아가지 않게 약한 소금물로 씻는 것을 추천한다.

회로 먹을 때에는 손질된 주꾸미에 갖은 채소와 양념으로 무쳐도 맛있다. 튀김요리의 경우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겉을 코팅한 뒤 사용한다. 살아있는 주꾸미의 탱탱한 식감과 다를 바 없으나 수분이 날아가 튀김재료로 쓰기 좋고 미세하게 남아있는 점액질이 사라져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선도가 떨어지거나 제철이 지난 주꾸미를 사용할 경우 비린 맛이 강해진다. 이때는 화이트와인이나 청주를 넣은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비린 맛을 잡은 후 요리하면 좋다.
 
이윤화 다이어리알(www.diaryr.com)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초간단 주꾸미 손질과 데치기 동영상(https://youtu.be/8v4PY0GwTts)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