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투자진흥회의… 프로젝트 42개중 21개 첫삽도 못떠
박희창 기자 , 박민우 기자
입력 2017-02-28 03:00 수정 2017-02-28 03:00
朴정부 11차례 회의… 성과는 미미
부처간 엇박자… 비선특혜 논란…
용산 개발-K컬처밸리 제자리… 62조 프로젝트중 준공사업 5건뿐
‘한국 0-3 일본.’
올해 4월이면 한국은 일본과의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전’에서 한 골을 더 내주게 된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 1일, 일본 나고야에 ‘레고랜드 저팬’이 문을 연다. 일본에는 이미 도쿄에 ‘디즈니랜드’, 오사카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이 있다. 글로벌 3대 테마파크가 일본에 모두 모인 셈이다.
일본에 앞서 레고랜드 건립을 추진했던 한국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2010년 강원 춘천시가 레고랜드와 협약을 맺고 2013년 9월 기획재정부가 투자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건립이 가시화되는 듯했지만 이곳에서 문화재가 대량으로 출토되면서 이 역시도 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 11차례에 걸쳐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지만 이처럼 성과가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투자 프로젝트조차 부처 간 혹은 지방자치단체와 의견이 엇갈려 추진이 지연됐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로는 이 회의가 ‘대기업의 민원 창구’, ‘비선 실세 개입 통로’ 등으로 악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민간 투자 유치 사실상 ‘실패’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152개 투자 활성화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내놓은 투자 프로젝트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투자진흥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벤치마킹해 취임 직후 만들었다. 수출진흥확대회의는 1965∼1979년 14년간 매달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수출 드라이브’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40년 전의 관 주도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11차례에 걸쳐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10차 대책까지 42건, 62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선정됐지만 21건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준공한 사업은 ‘새만금 열병합발전소’, ‘서산특구 자동차연구시설’ 등 5건에 불과했다. 이들의 투자금 규모도 전체 선정된 프로젝트의 6.2%에 불과했다.
대규모 투자나 규제 완화가 필요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투자(5조2000억 원)다. 정부는 2015년 1월 7차 회의에서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개발 계획 승인을 4월까지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투자 착수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민상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총괄과장은 “유엔사 이전 용지 가격 책정을 놓고 국방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중재로 한국감정평가협회를 통해 최종 가격을 결정하도록 일단락됐지만 2년 세월을 허송한 셈이다.
○ “관 주도 정책 근본 재검토해야”
정부 후반기에는 비선 실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통로’가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면서 투자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도 훼손됐다. 9차 회의에서 나온 ‘K-컬처밸리 조성’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48)가 초대 본부장을 맡았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주도해 기업의 특혜를 빌미로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K-컬처밸리 조성과 함께 나온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대상 확대 등도 차병원그룹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차병원그룹은 최 씨의 단골 병원인 ‘차움의원’을 운영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나를 따르라’ 식으로 투자를 주도하는 과거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면서 수출 확대, 경제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국민의 요구는 물론이고 정부 내 정책 목표가 다원화되는 오늘날에는 관 주도의 민간 투자 활성화 정책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한 이젠 민간 부문과 활발한 토론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과학적으로 마련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박민우 기자
부처간 엇박자… 비선특혜 논란…
용산 개발-K컬처밸리 제자리… 62조 프로젝트중 준공사업 5건뿐
‘한국 0-3 일본.’
올해 4월이면 한국은 일본과의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전’에서 한 골을 더 내주게 된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 1일, 일본 나고야에 ‘레고랜드 저팬’이 문을 연다. 일본에는 이미 도쿄에 ‘디즈니랜드’, 오사카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이 있다. 글로벌 3대 테마파크가 일본에 모두 모인 셈이다.
일본에 앞서 레고랜드 건립을 추진했던 한국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2010년 강원 춘천시가 레고랜드와 협약을 맺고 2013년 9월 기획재정부가 투자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건립이 가시화되는 듯했지만 이곳에서 문화재가 대량으로 출토되면서 이 역시도 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 11차례에 걸쳐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지만 이처럼 성과가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투자 프로젝트조차 부처 간 혹은 지방자치단체와 의견이 엇갈려 추진이 지연됐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로는 이 회의가 ‘대기업의 민원 창구’, ‘비선 실세 개입 통로’ 등으로 악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민간 투자 유치 사실상 ‘실패’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152개 투자 활성화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내놓은 투자 프로젝트도 지연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투자진흥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벤치마킹해 취임 직후 만들었다. 수출진흥확대회의는 1965∼1979년 14년간 매달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수출 드라이브’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40년 전의 관 주도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11차례에 걸쳐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10차 대책까지 42건, 62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선정됐지만 21건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준공한 사업은 ‘새만금 열병합발전소’, ‘서산특구 자동차연구시설’ 등 5건에 불과했다. 이들의 투자금 규모도 전체 선정된 프로젝트의 6.2%에 불과했다.
대규모 투자나 규제 완화가 필요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투자(5조2000억 원)다. 정부는 2015년 1월 7차 회의에서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개발 계획 승인을 4월까지 마무리하고 하반기에 투자 착수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민상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총괄과장은 “유엔사 이전 용지 가격 책정을 놓고 국방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중재로 한국감정평가협회를 통해 최종 가격을 결정하도록 일단락됐지만 2년 세월을 허송한 셈이다.
○ “관 주도 정책 근본 재검토해야”
정부 후반기에는 비선 실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통로’가 아니냐는 의혹에 시달리면서 투자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도 훼손됐다. 9차 회의에서 나온 ‘K-컬처밸리 조성’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48)가 초대 본부장을 맡았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주도해 기업의 특혜를 빌미로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K-컬처밸리 조성과 함께 나온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대상 확대 등도 차병원그룹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차병원그룹은 최 씨의 단골 병원인 ‘차움의원’을 운영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나를 따르라’ 식으로 투자를 주도하는 과거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면서 수출 확대, 경제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국민의 요구는 물론이고 정부 내 정책 목표가 다원화되는 오늘날에는 관 주도의 민간 투자 활성화 정책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한 이젠 민간 부문과 활발한 토론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과학적으로 마련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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