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산 아파트값 상승률 서울의 10배… 분양권 단타매매 차단

천호성기자

입력 2017-02-08 03:00 수정 2017-0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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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전매제한 강화 추진

부산의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주상복합 아파트 전경.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6.15%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0.76%)을 크게 웃돌았다. 동아일보DB
정부가 주택법 개정을 서두르기로 한 건 11·3대책 이후에도 부산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정부의 각종 규제 타깃에서 벗어나면서 투기 수요 등이 몰려 청약 경쟁이 뜨거워지는 등 ‘풍선 효과’를 누렸던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과 달리 매매 수요층이 두껍지 않은 지방의 특성상 섣부른 규제가 자칫 부동산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비켜간 규제에 나타난 ‘풍선 효과’

최근 부산 제주 등 일부 지방 부동산 시장의 투자 열기가 심상찮다. 우선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띈다. 1979년 완공된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삼익비치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한 해 동안 50% 가까이 뛰었다. 지난해 1월 2억7000만 원에 거래되던 이 아파트 전용면적 41m²형(9층 기준)이 지난달 3억9800만 원에 팔렸다. 해운대구 등에서 분양된 아파트들도 줄줄이 ‘완판’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1·3대책 발표 이후 특히 두드러진다. 7일 한국감정원의 ‘월간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 지역 집값 상승률은 0.85%로 연중 최고치를 보였다. 12월에도 0.51%에 달했다. 12월 수도권 집값은 0.09%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부산 아파트값은 0.30% 상승해 서울(0.03%)을 크게 웃돌았다. 제주도도 1월에 0.34%가 올랐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엔 수도권에서 온 원정 투자자까지 가세해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해운대구 아파트 매입자 중 서울 거주자의 비율은 4.2%로 같은 해 1월(2.0%)보다 갑절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해운대구 등 인기 주거지의 시장 분위기는 활황기 서울 강남권을 방불케 한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운대구 우동의 P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1·3대책으로 서울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18개월 이상으로 길어져 규제에서 벗어난 부산이 풍선 효과를 봤다”고 귀띔했다.


○ “분양시장발(發) 투자 열기 꺾일 것”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규제 카드를 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3대책 당시에도 부산의 전매 제한을 18개월 이상으로 늘리려 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5년 이내 청약 당첨자의 1순위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 등만 우선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 12월 수준의 급등세가 되살아나면 규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매 제한 조치가 강력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후 집값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에 영향을 받았다. 새 아파트가 주변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되면 이 분양가에 맞춰 기존 아파트 매매가가 올라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만 내고 분양권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단타 투자자’들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전매 제한이 강화되면 아파트 완공 이전까지 분양권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새 아파트 고분양가→기존 아파트 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산, 제주의 경우 서울 수준의 전매 제한이 적용되면 집값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방 시장에 대한 전매 제한 규제에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 수요가 수도권만큼 많지 않은 지방에 서울 수준의 전매 제한을 적용하면 시장이 단기간에 움츠러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달리 같은 광역시, 심지어 하나의 구(區)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천차만별인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 분위기가 뒤숭숭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국회가 굵직한 경제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규제는 집값과 직결돼 지방 표심을 자극할 여지가 크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특정 지역을 겨냥한 규제로 읽힐 가능성이 있어 여야 모두 조심스럽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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