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도로 입체화, 이젠 공론화 나서야

김재영기자

입력 2017-01-17 03:00 수정 2017-0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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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경제부

 한국의 경제 개발은 도로와 함께 시작됐다. 길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며 도시와 산업이 발전하는 경제의 혈관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주요 간선도로는 동맥경화 상태다. 교통량이 폭주해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다. 당초 도시 외곽에 있던 도로가 도시 확장으로 도심 내부로 들어오면서 해당 지역을 양분하는 거대한 장벽 역할도 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주거·상업·문화시설 등을 허용하는 ‘입체도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고민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물밑에서만 논의되던 경부고속도로 서울 구간 지하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재활용하자는 주장은 역사가 꽤 깊다. 1992년 대선 당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경부고속도로 지상 복층화를 공약으로 내건 게 시초다. 2008년엔 경부고속도로 반포 나들목 상부를 덮어 녹지를 조성하고 동서로 양분된 서초구를 잇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지하화 구상이 나왔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서울 강남·북의 교통 단절을 해소하고 수도권의 미래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로 접근하기보다는 서초구의 지역사업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관리주체인 서울시는 여전히 “재정적, 기술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론만 내놓고 있다. 서부·동부간선도로 지하화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과는 딴판이어서 ‘강남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당초 도로 복합개발 내용은 5일 국토부 업무보고에도 들어 있었지만 ‘입체도로 제도를 허용한다’고만 언급돼 주목받지 못했다. 16일 본보 보도에 대해서도 “도로 공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나갈 계획이지만 특정 지역으로 구체화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권교체기에 국토부가 앞장서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럴수록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 지금이라도 각계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물어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도시계획에 부합하는지, 재원마련 방안은 있는지, 특혜 시비는 없을 것인지 등 예상되는 문제점도 그 과정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다.

 과거에는 도로를 뚫어야 길이 열렸다. 하지만 앞으론 도로를 덮어야 길이 열린다. 도로가 차지한 지상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향후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다. 방향이 맞다면 좌고우면할 필요는 없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도 단순히 부동산 개발이나 지역 특혜 차원이 아닌 국가적 대계 차원에서 고민하는 혜안이 요구될 때다.

김재영·경제부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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