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이라 잡아먹어도 되는 줄 알았다"
노트펫
입력 2016-12-21 19:07 수정 2016-12-21 19:08
익산 올드 잉글리쉬 쉽독 '하트'
인천 불테리어 '순대' 피의자들
시·공간 넘어 같은 핑계 늘어놔
사진만 봐도 참, 예쁩니다.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이 개는 참 이쁘다, 코가 하트 모양이야~”
라며 사진을 한참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이 예쁜 두 마리 모두
지금은 세상에 없습니다.
이웃 마을 할아버지들이,
매일 산책하며 눈인사했던 노인이
잡아먹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26일.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 날 새벽 2시, 올드 잉글리쉬 쉽독 ‘하트’는
‘꽝’하는 큰 소리에 놀라
부서진 대문을 밀고 나가버렸습니다.
ⓒblog.naver.com/dusdn0905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아
견주가 그야말로 미친듯이
근처 동네를 뒤진 지 사흘.
마침내 하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견주가 하트를 찾아
옆 동네를 찾아갔던 바로 그 날.
견주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난 저녁시간.
동네 주민 네 명이 마을회관에 모여
"불에 태우고 배를 가르고
먹을 수 없는 머리와 내장은 수돗가에 널어놓고
많이 다친 뒷다리는 익산천에 버리고
고기는 나눠 가져갔다."
고 합니다.
견주에게 돌아온 건
하트의 앞발 뿐.
이 사건은 각종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하트를 잡아먹은 4명은
현재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견주는 피의자들의 강력한 처벌과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하트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은 지 3개월.
지난 12월 18일 오전 7시 45분.
인천에서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전봇대 앞에서 연신 냄새를 맡는 개.
그리고 그 개를
마치 자신의 개인양 데려가는 한 남성.
그런데 영상 속 남성은, 견주가 아닙니다.
영상 속 강아지는 불테리어로
이름은 ‘순대’입니다.
순대의 견주는 말합니다.
“딱 10분이었다”라고.
저 전봇대는 순대네 집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순대가 목줄을 끊고 집 밖으로 나온 지 10분.
그 10분 만에 순대가 사라진 것입니다.
당연히 견주는 순대를 찾아 나섰습니다.
집 앞 슈퍼마켓의 CCTV까지 뒤진 후에야
순대가 어디로 간 건지 알게 됐습니다.
견주는 영상에 나온 사람들을 찾기 위해
순대가 사라진 비슷한 시간에,
집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0일 아침 7시 40분.
영상에 나온 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이 60대 남성은
처음에는 데려간 적 없다고
전봇대 앞을 지나다 보기만 했다고
오리발을 내밀다가
경찰이 오고, CCTV 영상을 보고 나서야
사실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순대를 잡아먹었다고.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이 사람, 안면식이 있는 사이였답니다.
순대와 함께 산책할 때
오며가며 만나
얼굴 정도는 아는 동네 사람이랍니다.
경찰은 순대를 잡아먹은 이 남성에
절도 혐의를 적용하고
순대를 도축한 곳이 무허가 도축장인지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개를 먹는 몇 되지 않는 나라, 한국.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또 국제사회에서도 먹어라, 먹지 말아라
말이 많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 두 사건의 피의자들이
3개월의 시간과 약 85km의 공간을 넘어
마치 짠 것처럼
똑같은 핑계를 댔습니다
"유기견인 줄 알고 잡아먹었다!"
어딜 봐서 이 개들이
버려진 개처럼 보였을까 하는
의구심은 둘째치더라도
유기견이라면 잡아먹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소름끼치기까지 합니다.
비록 그 처벌 수위가 낮다고는 하지만
(최고 1000만원 이하의 벌금, 1년 이하의 징역)
우리나라에도 동물보호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르면
살아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는 행위는
처벌의 대상입니다.
우리나라 법에서
하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정한 사안입니다.
거기에 주인이 있는 개를
데려가 잡아먹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이미 ‘절도죄’에 해당합니다.
보신탕.
먹어도 된다, 먹으면 안된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만
최소한
주인이 있는 멀쩡한 개를
잡아먹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트와 순대의 명복을 빌며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좀 더 성숙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직장인 1000만명 이달 월급 확 준다…건보료 ‘20만원 폭탄’
- 1인 가구 공공임대 ‘면적 축소’ 논란…국토부 “면적 기준 폐지 등 전면 재검토”
- “만원으로 밥 먹기 어렵다”…평균 점심값 1만원 첫 돌파
- 고금리-경기침체에… 개인회생 두달새 2만2167건 역대 최다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작년 서울 주택 인허가, 목표치 33% 그쳐… 2, 3년뒤 공급난 우려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작년 4대그룹 영업이익 24.5조, 66% 감소…현대차그룹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