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섯 강동원, 순수로 수렴하다
여성동아
입력 2016-11-03 15:10 수정 2016-11-23 16:11
#가려진시간 #신은수 #퓨어동원
그의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 오는 11월 개봉하는 영화 〈가려진 시간〉의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만난 강동원(35) 얘기다. 독립 영화 〈잉투기〉로 주목을 받고 처음 상업 영화에 입봉하는 엄태화(배우 엄태구의 형) 감독과 연기 경험이 전무한 열네 살 소녀 배우 신은수도 함께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최근작 〈검은 사제들〉과 〈검사외전〉은 모두 신인 감독들의 입봉작이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안정된 배우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거의 새로운 도전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직접 부산까지 달려온 엄 감독이 내민 시나리오를 보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배우 강동원이 다른 무언가에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직관을 믿는 배우라는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실종 사건 이후 단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 성민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소녀 수린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영화다. 강동원은 “전작 〈검사외전〉에선 사기꾼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엔 데뷔 이래 가장 순수한 캐릭터를 맡았다”며 웃었다. 스물한 살의 나이 차가 나는 신은수 양 옆에서 강동원은 여전히 소년처럼 느껴진다.
“어리다고 무조건 순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순수함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세상과 타협하기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온 것들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거예요. 저는 학창 시절에 주변 사람들과 참 많이 싸웠어요. 남들은 그저 반항심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그때가 오히려 제 인생에서 가장 순수한 시절이었다고 봐요. 당시 제 기준에서는 그게 옳은 일이고 정의였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타협을 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저는 언제나 순수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는 이번 연기를 위해 주인공의 대사를 세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런 노력이 있기에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고한 믿음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가장 순수한 배우, 강동원의 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제공 퍼스트룩 디자인 김영화
editor 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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