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수진영 틈 벌리려 ‘어설픈 정치평론’

주성하기자

입력 2016-09-19 03:00 수정 2016-09-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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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수사는 MB세력에 대한 朴정부의 공격”
노동신문 대대적 대남공세


북한이 추석 연휴 기간에 선전매체를 동원한 대대적인 대남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각종 사건사고를 나열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한 짜깁기 형태가 대부분이다.

노동신문은 18일 ‘남조선인권대책협회’ 명의로 된 백서를 소개하며 “남조선이야말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보다도 더한, 사람 못 살 인간 생지옥·인권 불모지”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청년실업 문제, 세월호 사고, 신안염전 노예 사건 등을 나열했지만, 수치와 사실관계를 조작했다. 노동신문은 “매년 초중고에서 7만 명이 학비 때문에 퇴학당한다”, “대학생 80% 이상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식당, 공사판, 유흥업소에서 품팔이를 하거나 의학 생체실험 대상으로 제 몸을 바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는 4일 공식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대한 북한식 대응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또 이날 ‘운명을 건 두 적수의 치열한 대결’이란 제목으로 2600자나 되는 장문의 한국 정치 해설 논평을 실어 보수 진영의 틈을 벌리려고 했다. 논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건 치열한 대결로 몰아갔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주장과 사실관계 왜곡으로 교묘하게 짜깁기 돼 있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해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건넸다”, “박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권력형 부정부패 범죄 사건이 폭로되자 이목을 돌리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는 등의 내용을 실었다. 이런 논평은 남쪽의 북한 동조 세력에게 반정부 활동을 벌이는 데 필요한 음모론과 이론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인권 공세는 의도와는 달리 주민에겐 오히려 한국의 실상을 알려주는 역효과가 있다는 증언도 많다. 한 탈북자는 “노동신문이 남쪽에서 교통사고가 매년 수십만 건씩 발생한다고 보도하면 북한 주민들은 ‘차가 도대체 얼마나 많으냐’라고 수군거리고, 교사가 학생을 폭행했다고 하면 ‘저런 것도 큰 문제를 삼을 정도로 인권이 발달했구나’라는 식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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