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음악·코믹 범벅, 올슉업 살아있네∼

양형모 기자

입력 2016-08-05 05:45 수정 2016-11-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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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슉업’이 ‘대단한 뮤지컬’로 완성된 데는 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은 물론 적재적소의 코미디와 진부하지만 친근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중인 엘비스 역의 최우혁(가운데). 사진제공|킹앤아이컴퍼니

■ 뮤지컬 ‘올숙업’ (All Shook Up)

엘비스 프레슬리 히트곡·스토리 가득
완성도 높은 전형적 주크박스 뮤지컬

엘비스 잘 표현한 최우혁 연기력 대단
쥬얼리 출신 박정아 뮤지컬 데뷔 기대

“딱 하루만∼ 그대와 지새는 밤∼.”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을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멜로디와 가사이다. 사실 잊으려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후크송의 후크처럼 반복되며 귀를 갈고리로 꿰어버리니까.

이 노래는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랑의 마음을 처음으로 느끼게 될 때 ‘짠’하고 등장한다. “그렇다면 두어 번 나오겠군” 싶겠지만 오산이다. 올슉업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사랑의 뮤지컬’쯤 될 것이다. 등장인물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 노래는, 조금 과장한다면 이 작품의 등장인물 머릿수만큼 반복된다.

왜 이 노래 이야기를 꺼냈는가 하면, 실은 이 노래가 등장하는 장면이 꽤 뭉클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웃음이 가장 크게 터져 나오는 때도 이 때다. 여주인공 나탈리 역을 맡은 안시하가 “한 문장으로 모든 상황을 이해시켜 주는 마력의 대사”라고 말할 정도다. 멜로디가 있지만 ‘대사’로 불린다는 점도 흥미롭다.

몇 번이나 재연되어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는 이제 ‘때가 되면 밥 먹자고 연락 오는 친구’ 같은 작품이 된 올슉업. 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과 스토리를 꿰어 만든 전형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올슉업의 스토리는 사실 별 게 없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 록큰롤 스타를 꿈꾸는 한 청년 엘비스(물론 대단히 멋있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다. 그로 인해 보수적인 여 시장에게 눌려 살던 마을사람들의 마음속에 하나둘씩 사랑의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엘비스 역시 자동차 정비공 나탈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두 사람은 새로운 인생을 향해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다.

권총 대신 기타, 정의수호 대신 사랑이 등장할 뿐 사실 흔한 미국영화의 스토리다. 예전에 동네 비디오가게에 가면 이런 스토리의 영화는 손만 뻗으면 꺼낼 수 있었다.

이런 전형적인 이야기가 대단한 뮤지컬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엘리스 프레슬리의 ‘어마무시’한 음악과 적재적소의 코미디, 그리고 어딘지 진부하지만 친근한 스토리 덕일 것이다.

뮤지컬 ‘올슉업’ 공연장면.


● ‘대물신인’ 최우혁의 놀라운 엘비스·뮤지컬 데뷔한 박정아도 기대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최우혁(엘비스)은 한국뮤지컬계가 발굴한, 아니 제 발로 등장한 대물이다. 프로필은 ‘출연작 : 프랑켄슈타인’ 단 한 줄 뿐이지만 한 10년쯤 무대에 선 듯한 괴물같은 배우다. 강렬한 남성미를 과시하지만 의외로 여린 속을 가진 남자, 엘비스를 단 한 점의 구겨짐 없이 잘 표현했다.

걸그룹 쥬얼리 출신의 연기자 박정아(나탈리)는 이번 올슉업이 뮤지컬 데뷔작이다. 여릿여릿한 외모와 달리 꽤 두터운 음색으로 힘차게 노래해 놀랐다. 드라마, 영화는 여럿 출연했지만 무대연기에는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가진 걸 ‘확’ 펼쳐내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공연이 진행 중이니 지금쯤은 좀 더 여유로워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노래와 연기 모두 검증이 끝난 배우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윤영(로레인)이 참 잘 했다. 사랑에 빠진 철없는 10대 소녀 역인데 지금까지 봐 왔던 로레인 중 가장 예쁘면서 웃겼다. 조윤영이란 배우에게 이런 개그본능이 숨겨져 있었다니. 올슉업을 하기 전까지는 본인도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데니스는 올슉업의 웃음 중 절반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역이다. 안세하의 데니스 연기는 더블캐스팅된 김재만에 비해 코믹한 부분이 부족했지만 대신 대단한 노래실력을 보여 주었다. 섹시하면서 이지적인 ‘도서관 4차원녀’ 산드라를 맡은 송주희는 조금 아쉬웠다. 어쩐지 나탈리가 산드라를 연기하고 있다는 기분이랄지.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대극장·8월28일까지)

생활경제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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