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넥슨이 권력자들을 매수한 이유

허문명 논설위원

입력 2016-07-22 03:00:00 수정 2016-07-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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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몇 년 전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점심을 같이 한 일이 있다. 은둔의 사업가로 알려졌던 그여서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다. 듣던 대로 말이나 차림새가 소탈했지만 방어벽을 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청소년 게임중독에 대해 죄책감은 없는지 물었더니 “게임은 산업이다. 중독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젊어서 갑부가 되어 다들 부러워한다” 했더니 “늘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라 했다. 아이들 돈으로 부(富)를 일군 것에 대한 세간의 눈길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그를 비롯한 게임산업 창업자들이 왜 언론 노출을 피하며 은둔하는지 알 것 같았다.

김정주 씨는 창의와 열정으로 가득한 벤처인이라기보다 주도면밀하면서 욕심 많은 사업가 느낌이 강했는데 그를 잘 아는 1세대 벤처 기업인 생각도 같았다. 그는 김정주-진경준 거래는 한국 게임산업 특성상 충분히 가능한 ‘야합’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말이 좋아 산업이지 이용자들 아이템 거래로 돈을 버는 사행성과 도박성이 짙은 사업이다. 중독자가 나오건 말건 PC방 아이들의 코 묻은 돈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것 아닌가. 넥슨이야말로 현찰 아이템 거래를 업계서 처음 도입해 돈을 번 기업이다. 출발 자체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같은 혁신적 기술이나 서비스 창출과 거리가 멀다. 게다가 게임산업은 등급심사를 받는 대표적 규제산업이다. 2013년부터 사전규제에서 사후로 규제가 대폭 풀리기 전까지 전현직 법조인과 경찰관은 당연직으로 등급위원에 들어갔다. 검경이 칼만 빼들면 된서리를 맞을 수 있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방패막이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넥슨 간 부동산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직후 만난 굴지의 대기업 부회장 출신 인사는 또 이런 말을 했다. “나 역시 현직에 있을 때 안 팔리던 고위 공직자 부동산을 비싸게 사준 일을 한 적이 있다. 부동산 거래도 의혹이지만 그렇게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오너 혼자 모든 것을 다 결정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어떻게 가능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무늬만 벤처이지 과거 정경유착 재벌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한 구태다.”

김정주는 입만 열면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 말이다. “제주도 본사에 가본 적이 있는데 직원들이 별로 없었다. 본래 게임 개발이란 게 개발자 위주이고 나머지는 다 하청이라 일자리 창출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란 게 별로 없다. 결국 세금 혜택만 준 거다. 그것도 모자라 김정주는 넥슨을 일본 기업으로 만들었다. 인터넷 망(網) 다 깔아주고 세금까지 깎아준 대한민국과 자신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못 했을 것이다. 게임산업 창업자들에게 기업가 정신과 모럴(도덕)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현철, 김홍업, 노건평, 이상득… 역대 정권마다 하나같이 임기 말이 되면 ‘권력 전횡’에 대한 자제력을 잃고 이제 챙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증까지 겹쳐 친인척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 것을 너무 잘 알았기에 동생(박지만)과 절연하다시피 선을 그었던 박근혜 대통령 아니었던가. 하지만 피가 섞이지 않은 ‘정치적 자식’들의 전횡과 정경 유착만큼은 막지 못하는 것인가. “녹취록에 민정수석 의혹에… 저런 기가 찰 만한 수준의 사람들을 측근이라고 중용한 대통령이 원망스럽다. 앞으로 또 뭐가 터져 나올지 조마조마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터져 나오는 탄식을 대통령은 과연 듣고 있는 것일까.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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