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프랑스 관객들이 “브라보!”를 외쳤다

김동욱 기자

입력 2016-06-13 03:00:00 수정 2016-11-23 16:56:0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립현대무용단 ‘이미아직’…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파리 공연

‘이미아직’ 프랑스 공연은 4월 한국 공연 때와 달리 남자 무용수들이 후반부에 전라로 나와 5분여간 무대를 휘젓는다. 한 무용수는 “처음으로 전라로 무대에 섰다. 프랑스 관객이 그 의미를 이해하면서 열띤 반응을 보여줘 기뻤다”고 말했다. 로랑 필리페 제공
프랑스는 지금 유럽 축구 국가 대항전인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로 후끈 달아있다. 10일(현지 시간)부터 프랑스 10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 2016의 열기를 말해주듯 에펠탑에는 축구공이 매달려 있다.

하지만 에펠탑을 마주 보는 위치에 자리한 샤요국립극장에는 한국 무용 열풍이 뜨겁다. 9∼11일 이 극장에서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무용 공연 ‘이미아직’이 무대에 올랐다. 샤요극장은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무용 공연장이다.

이미 죽은 자와 아직 산 자를 뜻하는 ‘이미아직’은 제목처럼 한국 장례를 소재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룬다. 샤요극장은 ‘2015∼2016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 행사 중 하나인 ‘포퀴스 코레(Focus Cor´ee)’ 개막작으로 ‘이미아직’을 선택했다. 한국 안무가의 작품이 이 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1939년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 최승희(1911∼1969) 이후 77년 만이다.


샤요극장은 지난해 관계자들을 한국에 파견해 많은 무용 작품을 직접 본 뒤 ‘이미아직’ 등 5개의 작품을 골랐다. 김판선 이인수 안성수 등 국내 안무가의 창작 작품은 물론이고 프랑스 안무가 조제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이 협업한 ‘시간의 나이’가 프랑스 관객과 만났거나 만날 예정이다.

3일 공연 내내 1200석의 공연장은 프랑스 관객으로 가득 찼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부터 노부부까지 한국 무용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무대를 지켜봤다.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병풍을 배경으로 ‘이미’ 죽은 자들과 ‘아직’ 산 자들이 벌이는 몸놀림을 선보였다. 우리 몸을 가두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편견을 벗겨내기 위해 무용수들은 한계 상황까지 치닫는 동작으로 연출된 군무를 선보였다. 후반부 남자 무용수들이 나체로 파격적인 춤을 출 때는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한국적 정서나 무속 문화를 담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극장 관계자는 “프랑스 관객은 굉장히 솔직하다. 공연 도중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밖으로 나갈 정도다. 하지만 ‘이미아직’ 공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는 ‘브라보’를 외치며 무용수들이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공연 뒤에도 여운이 남은 듯 자리에 10분 이상 앉아 있는 관객도 많았다. 공연을 관람한 스테파니 쿠트리에 씨는 “한국 무용을 처음 본다. 다른 나라의 공연과 달리 한국의 전통적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알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디디에 데샹 샤요극장장은 “한국 무용수들은 힘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작품들이 한국 전통 문화를 가져와 새롭게 해석한 점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단장은 “현대무용의 선두주자인 프랑스의 권위 있는 극장에서 초청받아 공연하게 돼 의미가 크다. 프랑스 관객은 굉장히 냉정한데,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번 파리 공연 뒤 14일 벨기에 리에주와 17일 루마니아 시비우에서 다시 공연한다.
 
파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