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巨野, 북핵만 아니라 투쟁 일삼는 양대 노총에도 할 말 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6-05-11 00:00 수정 2016-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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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의 5개 공공부문 산별노조가 어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투쟁을 선언했다. 오늘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면서 야 3당 국회의원 및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국회 특위 구성을 요구하는 연서를 받기로 했다. 정부가 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 2017년 인건비를 동결하기로 의결하며 공공부문 임금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자 양대 노총은 정치권, 특히 야당을 방패막이 삼아 투쟁에 나선 형국이다.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공대위)는 “줄 세우기 경쟁으로 등급을 매겨 임금을 차등하고 해고까지 하는 해고연봉제·강제퇴출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취업난에 고민하는 청년백수나 2014년 임금근로자 평균연봉이 3240만 원인 대다수 국민에겐 배부른 투쟁, 기득권 노조의 밥그릇 투쟁일 뿐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연봉은 6349만 원으로 임금근로자 중 상위 10%(6408만 원)에 가깝다. 특히 공공기관은 고용이 안정적이어서 연령이 증가할수록 민간 기업에 비해 임금도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그동안 연공성이 강한 호봉제 임금체계를 성과급으로 바꿔 ‘철밥통 문화’를 깨겠다며 공공개혁을 강조했다. 그런데도 120개 공공기관 중 성과급 도입을 완료한 곳이 53개뿐이라니 ‘고용주’인 정부의 방침이 공공기관에도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양대 노총은 거야(巨野)를 믿고 정부의 개혁에 거세게 반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야당은 우군(友軍)인 노동계의 이익을 정치에 반영하고 싶겠지만 국가와 국민의 관점에서 노동과 공공 개혁을 바라보는 대승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20대 국회에는 양대 노총 출신 당선자가 12명이나 들어왔다. 이들이 국가 경제 전체를 염두에 두고 노동계를 설득하는 모습을 보일 때 노동계 출신의 국회의원도 다수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안보와 경제 때문에 야당 집권에 다수 국민은 불안감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3월 양대 노총을 방문해 노동계의 사회·정치 참여에 쓴소리를 했다.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가 북핵을 비판하면서 “북한에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 자세를 노동계에도 보여야 한다. 영국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당수가 생산수단의 공공 소유를 규정한 당헌 4조를 철폐하고 일자리를 통한 복지를 강조하는 ‘제3의 길’로 1997년 18년 만에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정권교체는 양대 노총이 아닌 국민의 손에 달려 있음을 두 야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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