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일-가정 양립하려면 경영자 먼저 인식 바꿔야”

장재웅기자

입력 2016-05-02 03:00 수정 2016-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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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섹 美 퍼듀대 교수, 강은희 여성부 장관과 대담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이 일·가정 양립 분야의 전문가인 엘런 코섹 미국 퍼듀대 교수와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대담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일·가정 양립제도’가 점차 산업 현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1년 사이 50% 이상 증가하고 전체 육아휴직자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6.5%에 달한다. 그러나 수치의 증가세에 비해 일·가정 양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일·가정 양립제도 정착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강은희 장관은 이 분야 최고 석학인 엘런 코섹 미국 퍼듀대 교수와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담을 가졌다. 코섹 교수는 한국인사조직학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강 장관은 그간 일·가정 양립제도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을 토로하며 코섹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코섹 교수는 다양한 미국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대안을 제시했다.

대담은 코섹 교수가 일·가정 양립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여성부의 역할을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강 장관은 “여성부의 역할은 산업 현장에 가족친화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업을 설득하고 독려하는 것”이라며 “특히 남녀에 관계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문화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1년 기준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기간의 두 배까지 1주 15∼30시간 사이로 단축근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럴 경우 육아휴직을 6개월만 사용했다면 남은 휴직 기간을 단축근로제로 바꿔 1년까지 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코섹 교수에게 현장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일·가정 양립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코섹 교수는 경영자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섹 교수는 “미국에서는 기업 리더의 자녀들이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친화적 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며 “한국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간 관리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코섹 교수는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부하 직원들이 처한 상황을 공감하게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실시했더니 우울증 등 부정적 감정 상태로 고민하는 직원이 줄어들었고 숙면을 취하는 직원은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일·가정 양립문화를 받아들이려면 경영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실질적으로 이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코섹 교수는 미국의 ‘패러간’이라는 소형 법률회사를 예로 들며 “패러간은 작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근무 환경의 유연성이 매우 높다”며 “정부가 휴직자에 대해 임금을 지원하거나 시간제 혹은 인턴 인력을 찾아주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섹 교수는 사후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비영리 기구인 FWI(가정직장연구소·Families and Work Institute)가 주기적으로 미국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황을 점검한다”며 “한국도 가족친화인증제도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직원들이 얼마나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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