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추운 곳일수록 두툼해지는 ‘만두’ … 국내선 교자만두가 장악

입력 2015-12-16 09:18 수정 2017-01-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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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따라 중국 거쳐 한국 상륙 … 만두피와 만두소 조화로워야 맛있는 완성

최근 왕만두로 대표되던 국내 만두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가공식품 마켓 리포트-만두편’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약 36%를 차지했던 왕만두의 만두시장 점유율이 지난 2분기에는 절반 가량 줄은 18.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만년 2위였던 교자만두는 2013년 1분기 29.7%에서 올 2분기 44.9%로 왕만두를 제치고 만두시장을 점령했다.

지난해 국내 만두 소매시장은 약 3965억원으로 2013년(3845억원)에 비해 100억원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 3분기까지 3133억원을 기록하며 업계에서는 시장규모가 사상 최초로 4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두는 예부터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만두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중국 나관중(羅貫中)이 지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근거로 한다. 촉나라의 승상이었던 제갈공명이 남만(南蠻, 지금의 미얀마 부근)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수(濾水)의 풍랑이 심해 건널 수 없자 밀가루 반죽에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어 사람의 머리처럼 빚어 수신(水神)에게 바쳤다는 것이다.

당시 남만에서는 사람 목을 베어 머리를 수신에게 바치면 풍랑이 멈춘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제갈공명은 사람의 목숨을 해칠 수 없어 만두를 빚었다고 알려져 있다. 만두가 남만인의 머리를 뜻하는 ‘만두(蠻頭)에서 유래했다는 설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에피소드 자체가 허구라며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다른 하나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다. 성서 연구가이자 앗시리아 전문 학자인 장 보테르(Jean Botero)는 수메르와 아카드의 요리책에서 만두의 원조 격인 ‘푀겔헨’이라는 음식을 발견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밀가루를 반죽한 피 위에 다진 고기를 올린 뒤 피를 다시 덮어 삶아 먹었다. 푀겔헨이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만두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실크로드 인접국가들의 만두 이름이 만티(터키), 만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으로 불리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실크로드를 통해 국수가 전세계로 퍼져 나간 것처럼 만두도 실크로드로 들어왔다는 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 언제부터 만두를 먹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고려시대 후반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생선, 채소 등 다양한 재료로 독창적인 만두소를 만드는 등 만두 문화가 발달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 만두는 고려가요인 ‘쌍화점(雙花店’을 근거로 고려시대 원나라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한다. 쌍화점은 고려시대 문란했던 성(性)문화를 꼬집은 속요(俗謠)로 ‘만두 사러 쌍화점에 갔더니 회회(回回)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쌍화점은 만두가게인 ‘상화점(霜花店)’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회회아비는 원(元)나라에서 온 아랍 상인(위구르인으로 추정)을 뜻한다. 고려시대에는 만두를 서리처럼 희다고 ‘상화(霜花)’ 또는 ‘상화(霜華)’라 불렀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만두의 종류가 다양한 나라로 꼽힌다.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만두는 78종에 이른다. 들어가는 재료나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만두가 다르지만 한국 만두는 크게 평양만두, 개성만두, 서울만두 등으로 나뉜다. 대체로 중국에 가까울수록 만두가 크다.
평양은 겨울철 기후가 추운 북부지방에 위치한 만큼 고칼로리 섭취가 가능하도록 만두소의 주재료로 고기가 쓰였다. 푸짐하고 도톰한 만두소가 특징이다. 서민적이고 투박하며 실속을 중시한다.
예부터 상업이 발달한 개성의 만두는 모양이 둥근 엽전과 흡사하다. 개성만두의 만두소에는 육류 외에도 배추, 숙주나물 등 신선한 채소가 3분의 2 가량 들어있다. 귀족적 세련미를 중시하는 느낌이 강하다.
궁중만두, 반가만두에서 유래된 서울만두는 상류층이 주로 먹었다.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만들어졌으며 꿩, 닭, 돼지, 소 등 다양한 육류가 소로 활용됐다.

만두의 사전적 의미는 ‘밀가루 따위를 반죽해 소를 넣은 음식’이다. 이같은 기준을 들이대면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러시아의 ‘펠메니‘, 터키의 ‘만티‘, 몽골의 ‘보쯔’ 등은 모두 만두에 속한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북반구 나라에서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해 명절에 가족이 모여 음식을 먹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혜경 교수는 “가족들의 만두 빚기는 주로 메밀이나 밀의 재배가 가능한 지구 북쪽 지역에서 행해지던 공통된 문화”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만두는 북부지방에서 주로 발달했다. 이는 충청도 이남 지역에서는 만두소의 주재료가 되는 밀이나 메밀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북 지역에서는 설날 음식으로 떡국 대신 만둣국을 먹었다.

만두의 맛을 결정 짓는 것은 적절한 만두피의 두께와 꽉 찬 만두소의 조화다. 만두피가 두꺼우면 만두 속이 잘 안익고 맛이 떨어진다. 자칫 밀가루 맛이 강해져 쉽게 질린다. 반면 만두피가 너무 얇으면 삶거나 찌는 동안 터져버리기 일쑤다. 찜통에서 꺼내거나 젓가락으로 집었을 때 뭉그러지기 쉽다.

반죽을 만들 때 미지근한 물을 부어주면 찬물을 넣을 때 보다 찰진 반죽이 완성된다. 이 때 물에 소금을 풀어주면 반죽이 더욱 찰지고 맛도 좋아진다. 반죽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1~2시간 가량 넣어 숙성시켜주는 게 좋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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