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의 법과 사람]광복절 사면의 수혜자 최태원과 노홍철

최영훈 논설위원

입력 2015-08-15 03:00 수정 2015-08-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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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논설위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25일 만에 사회로 복귀했다.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에서 대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사면복권의 혜택을 받았다. 출소 직후 포토라인에 선 그는 왼손에 성경을 들고 있었다. 수감 기간 중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고초를 복음을 읽으며 극복했다는 무언의 암시일 것이다.



인생대학에서 뭘 배웠는가


최 회장의 사면에 대해선 찬반론이 엇갈린다. 대기업 총수 중 최장기 복역을 한 만큼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사면하는 게 옳다는 쪽과 2003년에도 유사한 비리로 징역형을 받았다가 2008년 한 차례 사면됐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쪽도 있다.

주요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김영삼 정부 이후 자주 단행됐고, 김대중 정부 때도 기업인들이 대거 사면 혜택을 받았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는 더 잦았고 규모도 커졌다.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정찰제 선고를 받기 일쑤였다. 김영삼 정부 때 사면된 기업인 복역 기간은 평균 2개월, 김대중 정부 때는 8개월, 노무현 정부 때는 한 달도 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기업인에 대한 처벌의 강도는 높아졌다. 재계와 여권에서 기업인 사면을 촉구한 근거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갤럽 조사에서 기업인 사면에 54%가 반대하고 찬성은 35%에 그쳤다. 이번 사면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관예우와 특혜사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으로 이어져 사법제도의 신뢰마저 떨어뜨렸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기업인 사면에 신중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절제된 사면’이라는 것까지 거부해야 법치를 회복할 수 있다. 최 회장의 사면을 끝으로 집권 기간 중 기업인 사면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필요하면 가석방 제도 등을 활용하면 된다.

최 회장은 화려한 대기업 총수에서 재소자로 전락해 오랜 기간 고뇌와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인생대학이라는 교도소의 독방에서 시련의 시간을 보낸 것이 훌륭한 경영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용과 투자 약속을 어기고 경영 성과도 내지 못한다면 SK를 보는 시선도 매서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특사의 수혜자 중에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방송인 노홍철도 포함됐다. 작년 설 명절 때는 교통사범에 대한 특별감면을 하면서 음주운전은 제외한 바 있다. 역대 정권은 음주운전을 포함한 교통사범에 대해 모두 7차례 선처했다. 생계형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매번 70% 이상이 비영업용 차량 운전자였다. 무엇보다 사면 이후 첫 2년간 교통사고는 2만 건, 부상자는 3만 명 가깝게 늘어난다. 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치다. 기업인 사면에 비해 음주운전 선처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훨씬 클 수 있다.

혜택 거부하고 자전거 타시라

노홍철은 2014년 11월 새벽 음주단속에 걸려 운전면허를 취소당한 뒤 출연 중이던 ‘무한도전’ 등 모든 프로그램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방송 준비차 해외에 체류 중인 그가 귀국한 뒤 특별감면 혜택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면허 취소가 만료되는 올 11월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3개월 남짓 불편함을 감수하면 된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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