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용산-여의도 상권 살려야”… 입지가 승부 갈랐다

정임수기자 , 한우신기자

입력 2015-07-11 03:00 수정 2015-07-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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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세점 쟁탈전’ 승자는 HDC신라-한화갤러리아]

‘면세점 대전’의 승부처는 ‘입지’였다. 서울 용산(HDC신라면세점)과 여의도(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는 현재 면세점이 없다. 명동을 중심으로 하는 강북 도심과 강남에는 이미 면세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는 “새로운 지역에 면세점을 세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다.

업계에서도 시내 면세점 입찰공고가 나올 때부터 입지가 면세 사업자 선정의 승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기업들이 뛰어든 만큼 운영능력이나 사회공헌활동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 기업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지가 갖는 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일본 등 해외 관광객을 폭넓은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논리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 입지가 승부처

HDC신라면세점이 들어서는 용산지역은 이태원, 남산과 가까워 관광객을 불러 모으기 쉽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HDC신라가 최문순 강원도지사, 설문식 충북도 정무부지사 등과 함께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연 데서 보듯 지방 관광과의 연계도 용이하다. 또 침체된 용산전자상가와 공동 마케팅을 펼쳐 용산을 ‘한국의 아키하바라’로 만든다는 계획도 설득력을 얻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이 세워질 여의도는 도심과 강남에 비해 덜 붐비면서도 관광 인프라는 충분하다. 한강 및 노량진수산시장 등과 연계한 관광 코스를 짤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여기에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중소·중견 사업자로 선정된 SM면세점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상권인 인사동과 맞닿은 공평동을 입지로 선정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 면세점·유통업계 판도 흔들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시내 면세점을 새로 갖게 되면서 면세점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두 기업이 면세점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전체 유통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신라는 서울시내에 면세점 2곳을 갖게 되면서 1위 업체인 롯데를 한층 위협하게 됐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롯데가 47%, 호텔신라가 31%다.

백화점으로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현대아이파크몰도 면세점 선정으로 집객 효과가 기대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4월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개장한 데 이어 이번에 서울시내 면세점을 차지했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개장 첫해인 내년의 매출 목표를 6000억 원으로 잡았다. 이는 한화갤러리아백화점 5개 매장 중 가장 매출 규모가 큰 압구정 명품관의 매출 규모와 맞먹는다.

신세계는 서울시내 면세점을 열어 롯데 신라에 맞서는 면세점 빅3로 도약하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신세계는 연말에 만료되는 기존 면세점 특허 등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없게 됐다.


○ 발로 뛴 오너들, 승리 뒷받침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한 ‘HDC신라면세점’은 삼성가(家)와 현대가의 결합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4월 12일 HDC신라를 세운다고 발표한 이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면세점 사업계획서 제출(6월 1일)을 일주일 앞둔 5월 25일 이 사장과 정 회장은 “세계 최대의 도심형 면세점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이 사장은 9일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때 오너로서는 유일하게 현장을 찾아 “잘되면 여러분 덕, 떨어지면 제 탓”이라며 PT에 나서는 한인규 양창훈 공동 대표와 준비팀을 응원했다.

한화갤러리아의 사업권 획득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됐다. 김 회장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자 준비 실무팀은 한 달 가까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준비를 해왔다.


○ 발표 전 폭등한 주가, 결과 사전 유출설

면세점 사업자가 발표되기 전, 결과를 예측이라도 한 듯 선정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라 ‘사전 유출설’ 논란이 일었다.

사업자가 발표된 시간은 오후 5시, 주식시장 마감은 오후 3시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오전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이더니 장 마감 약 1시간 전부터 상한가로 치솟았다. 결국 가격제한폭(30%)까지 급등한 7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호텔신라도 8.95% 상승한 12만8000원에 마감했다. 반면 탈락한 신세계는 ―8.97%, SK네트웍스는 ―7.71% 폭락했다.

사전에 심사 결과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이돈현 특허심사위원장은 “오전 10시 이후 평가를 시작했고 결과가 어느 정도 입수된 게 3시 정도였다”며 “주가와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시내 면세점 낙찰에 성공하는 기업의 주가가 최소 30%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왔다. 서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화갤러리아가 선정되면 내년 매출액이 올해보다 442% 늘어날 것”이라며 “주가 상승 여력은 272%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정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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