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兆 풀어 내수 띄운다

손영일 기자 , 홍수용 기자

입력 2015-07-04 03:00 수정 2015-07-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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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11조8000억, 기금 3조 투입
메르스-가뭄-서민생활 안정 지원
재정건전성 악화 부메랑 우려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11조8000억 원이 포함된 22조 원 규모의 재정 보강 방안을 마련해 내수 띄우기에 나선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충격을 고려할 때 올해 남은 기간 정상적인 방식으로 나라살림을 운영해서는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국은 서민에게 소비쿠폰을 주고 전통시장에서 연말까지 쓰도록 하는 등의 ‘헬리콥터 식 돈 풀기’를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대신 공연 표 1장을 사면 1장을 얹어주는 등의 더 직접적인 부양카드를 꺼냈다. 다만 이런 고육책을 쓰고도 내수 진작에 실패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5년 추경안’을 의결하고 6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0일 이전에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8월 초부터 돈 풀기에 돌입한다. 추경안은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 보전용 예산 5조6000억 원과 세출 확대 예산 6조2000억 원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여기에다 △기금 지출 3조1000억 원 △공공기관 자금과 민간 선투자 자금 2조3000억 원 △신용보증 등을 통한 저리대출자금 4조5000억 원을 묶어 총 21조7000억 원의 경기부양용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11조8000억 원의 추경 규모만 보면 2009년(28조4000억 원), 2013년(17조3000억 원), 1998년(13조9000억 원)에 이어 4번째 정도의 소규모다. 하지만 나랏돈이 직접 투입돼 추경과 같은 효과를 내는 재정 보강 규모는 추경안에다 기금 지출(3조1000억 원)을 더한 14조9000억 원이다. 통상 ‘슈퍼 추경’의 기준으로 삼는 15조 원에 근접한 수치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추경 자금 중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세출 확대액을 시기별로 비교할 경우 올해 추경의 세출분이 6조2000억 원으로 2013년 추경 당시 세출분(5조3000억 원)보다 9000억 원 많다. 올해 추경 자금은 메르스 대응 및 피해 업종 지원, 가뭄 및 장마 대책, 서민생활 안정, 안전 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쓰인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려 연간 3% 성장을 확보하고, 내년 성장률도 0.4%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 부문에서는 청년 일자리 6만6000개 등 12만4000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추경 결과 생기는 일자리는 대부분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중심의 비정규직이어서 양질의 지속 가능한 고용을 창출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연내 집행 가능한 사업을 샅샅이 찾아 세출 리스트를 선정했다”며 “이에 따라 지출을 늘리면 재정이 일시적으로 악화되겠지만 경제가 살아나면 재정건전성이 다시 좋아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손영일 /김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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