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신화 뒤로한 채… 결국 파산의 길로

김기용기자 , 황태호기자

입력 2015-05-27 03:00 수정 2016-07-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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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

경영난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아 왔던 팬택이 26일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불발로 끝난 탓이다. 이 신청이 받아들여져 법정관리가 중단되면 기업 청산이 유력하다.

이날 이준우 팬택 대표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지난 10개월간의 노력에도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면서 “더 이상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 세 차례 매각 시도 모두 불발


팬택은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다. ‘스카이’ 브랜드에 이어 스마트폰 ‘베가(VEGA)’ 시리즈를 출시했다. 청산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팬택은 보유 시설 등을 매각해 채권단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 이 경우 임직원 임금과 퇴직금 등은 절차에 따라 우선 변제된다.

지난해 3월 2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한 팬택은 당시 불법 보조금 살포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45일간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판매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언론에서 ‘쓰러진 환자에게서 산소호흡기를 떼는 격’이라는 비유까지 들을 정도였다. 결국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통신시장이 얼어붙었던 것도 팬택의 몰락을 가속화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주관으로 진행된 1차 공개매각은 응찰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올해 초에는 미국계 회사 원밸류에셋이 법원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인수대금을 보내오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은 3월 6일 다시 공개 매각 절차에 돌입했지만 지난달 LOI를 제출한 3개 업체 모두 자격 미달로 드러나면서 세 번째 매각 시도 역시 실패했다.

○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벤처 신화’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직원 6명과 함께 시작한 기업이다. 창업 10년 만에 직원 2000여 명, 연매출 1조 원 기업으로 성장하며 업계에서 ‘벤처신화’로 불려 왔다.

1992년 무선호출기(삐삐)로 고속 성장한 팬택은 1997년부터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1년 당시 매출 규모 1조 원의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면서 단말기 생산 연 1200만 대를 넘겼다. 2005년 프리미엄 브랜드 ‘스카이’ 휴대전화를 만들던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매출 3조 원, 종업원 수 4500여 명(연구인력 2500여 명)의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 최초로 일본 시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기가 왔다. 팬택은 2007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1차 워크아웃을 실시했다. 워크아웃 기간에 팬택은 18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워크아웃 종료 직후 프리미엄 시장 공략 전략의 실패와 해외에서의 부진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2013년 박병엽 전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고, 지난해 3월 팬택은 2차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법정관리 상태에서 매각이 실패하면서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팬택이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법정관리 폐지 신청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변이 없는 한 폐지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kky@donga.com·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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