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서울의 부자동네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5-05-19 03:00 수정 2015-05-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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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상류사회의 위선을 다룬 블랙코미디다. 배우들의 호연(好演)과 더불어 대형 로펌의 대표가 사는 대궐 같은 집이 화제다. 고풍스러운 한옥에 세련된 양옥을 접붙인 듯한 실내공간은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한다. 주인공이 졸부가 아닌, 대대손손 부와 명성을 누린 ‘세습 귀족’임을 상징한다.

▷실제 부유층이 모여 사는 한국의 대표적 부촌(富村)이 어디일까 궁금하다면 TV 드라마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청담동 스캔들’ ‘압구정 백야’ 같은 드라마들은 아예 제목에 동네 이름을 언급했다.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선 “성북동입니다” “한남동 사모님 전화입니다” 같은 대사가 등장인물의 신분을 드러낸다. 성북동 한남동은 대기업 회장들의 단독주택이 자리 잡은 전통적인 부촌으로 여전히 이름이 높다.

▷1990년대 들어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가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본보가 서울의 동별 아파트의 전용면적 m²당 평균가격을 조사한 결과 ‘부촌 지도’ 최상위권에 변화가 생겼다. 2005년 1, 2위였던 개포동과 대치동이 10년 만에 압구정동(1385만 원)과 반포동(1339만 원)에 밀려나 각각 3, 5위로 내려앉았다. 부촌 순위가 4계단 상승한 반포동의 경우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같은 대단지가 작은 신도시를 이루며 평균가격을 끌어올렸다.

▷지난 4년간 서울 인구가 연평균 5만 명씩 줄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내년 말이나 2017년 초 ‘주민등록인구 1000만 명’ 시대가 무너질 것이라고 한다. 집값 부담은 탈(脫)서울의 원인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4월 발표한 ‘2014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소득층의 자기 집 보유 비율은 상승했지만 저소득층과 중소득층의 주택 보유 비율은 떨어졌다. 주거 격차는 교육과 직업에 이어 소득의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민 동네에도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주거 양극화를 그냥 방치하면 계층 이동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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