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E 마법… 반복 시뮬레이션 통해 상상 뛰어넘는 디자인”

이방실 기자

입력 2014-12-04 03:00 수정 2014-12-04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시뮬레이션 SW 전문기업 ‘알테어’의 짐 스캐파 회장
제품 기획단계에서 활용하면 완성도 높은 창의적 설계 가능
미래 제조업 부흥 이끌 혁신기술


《 “디자인 ‘후(後)’가 아니라 디자인 ‘전(前)’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컴퓨터응용공학(CAE)을 활용하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글로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알테어(Altair)의 짐 스캐파 회장은 “CAE는 미래 제조업의 부흥을 이끌 혁신적 기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최근 한국 사업 점검차 방한한 스캐파 회장을 만나 CAE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들어봤다.》  
짐 스캐파 회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자동차 회사 포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지난 1985년 알테어를 설립했다. 알테어 제공
―CAE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품 디자인부터 설계, 분석, 성능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컴퓨터에서 구현해 주는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과거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주로 ‘테스트’ 단계에만 국한돼 활용됐다. 즉, 디자이너가 자신의 직관이나 상상에 의존해 특정 디자인을 스케치하면 그것이 실물로 구현됐을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테스트하는 단계에서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용했다. 내구성 측정을 위해 높은 곳에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린다든지, 안전성 검사를 위해 고속 주행이나 충돌 실험을 진행하는 등의 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CAE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기도 전에 시뮬레이션 기술을 적용한다. CAE를 활용하면 수천 번, 수만 번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고 미세한 부분까지도 수치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제품 설계가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디자인 결과물도 매우 수려하면서 공간 효율적이다.”

―공간 효율적 디자인이 왜 중요한가.

“대부분 제조업에서 제품의 소형화, 복합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점점 작아지는 제품 안에 가급적 많은 기능을 탑재하려면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문제는 그 ‘공간’이 매우 협소하고 복잡하다는 데 있다. 단순한 직육면체 공간 안에 들어갈 부품을 설계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이리저리 뒤틀려 있고 부위마다 굵기도 모양도 다른 파이프 같은 공간에 들어갈 부품을 설계하기란 매우 힘들다. 어떻게 설계해야 한정된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위상수학(topology)’ 이론을 시뮬레이션 기술과 접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간의 골격 구조, 나뭇잎, 벌집 등 자연 구조물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구조로 발전했다. 수백만, 수천만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외부로부터 어떤 하중이나 압력, 충격을 받았을 때 이를 효율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내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위상수학은 바로 이런 최적의 구조를 찾아내기 위한 수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위상수학에 기초한 알고리즘을 시뮬레이션 기술과 접목시킨 ‘위상최적화’ 기술을 활용하면 아무리 제약이 많은 공간 안에서도 최적의 구조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컴퓨터가 최적의 디자인을 제안해 주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이나 직관으로는 도저히 생각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으로 어떻게 창의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나.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기계나 기계부품 등 공학 디자인을 보면 대부분이 직선과 직각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도 속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중간에 구멍이 나 있다거나 비어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반면 인간의 갈비뼈라든가 나뭇잎, 벌집 등 자연적 구조물을 보자. 유려한 곡선과 격자형 그물망 구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부드럽고 유연하며 때론 속이 비어 있는 구조가 외부 압력이나 충격을 견디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는 진화적 판단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켜 온 결과다. 이런 진화를 일으켰던 알고리즘을 기계나 각종 부품 설계에 적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딱딱하고 천편일률적인 기존 구조에 일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직선은 곡선으로 대체될 수 있고, 속이 꽉 차 있던 부품도 격자 형태나 그물망 구조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종전보다 훨씬 가벼운 제품을 설계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