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윗’의 도전 결국 ‘OFF’… 팬택, 법정관리 신청

김지현기자

입력 2014-08-13 03:00 수정 2015-07-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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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시달리던 국내 3위 스마트폰 업체인 팬택이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작업)를 신청했다. 박병엽 전 부회장이 ‘샐러리맨 성공 신화’로 불리며 회사를 차린 지 23년 만이다.

이준우 대표를 비롯한 팬택 이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성암로 본사에서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통과시켰다. 팬택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끝내 법정관리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법원은 1주일 안에 팬택의 채권·채무 관계를 모두 동결하고 한 달 안에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정관리인을 선임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신청을 기각하면 기업 청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앞서 이뤄진 채권단 실사 결과 팬택은 계속기업가치가 3824억 원으로 청산가치(1895억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부채가 일부 탕감되면 중국과 인도 제조사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 기업이 팬택을 인수하더라도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팬택 단말기 추가 구매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팬택은 지난달에도 이동통신 3사가 채무 1531억 원을 2년 유예해 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회생의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추가 구매 거부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 돈줄이 막힌 팬택은 지난달 500억 원 상당의 상거래 채무를 연체했다. 또 이달 10일에는 협력업체에 갈 부품대금 200억 원도 주지 못했다. 팬택 관계자는 “대금을 지급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현금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빚만 늘어나는 상태”라며 “법정관리 신청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 협력사 줄도산에 따른 대량 실직 불가피

샐러리맨 출신 박 전 부회장이 맨손으로 창업한 팬택은 20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두 ‘골리앗’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그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2007년 첫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에 들어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4년 8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26개월 만인 올해 3월 또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처지가 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부회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다. 직원들도 무급 휴가를 떠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8만여 명에 이르는 팬택 본사와 협력사 직원들의 대량 실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은 지난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현황을 알리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의 한 직원은 “그동안 회사가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번처럼 벼랑 끝에 몰렸다는 분위기가 퍼진 것은 처음”이라며 “젊은 직원들 상당수가 희망퇴직 신청을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대금 결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팬택 협력사들도 줄도산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9월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박 전 부회장은 자신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팬택씨앤아이를 통해 스포츠토토 수탁사업자 입찰에 참여하는 등 재기를 모색 중이다. 팬택 관계자는 “최근 회사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박 전 부회장이 따로 조언을 해주거나 도와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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