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기술 - 스피드는 단연 최고”

동아일보

입력 2014-04-25 03:00 수정 2014-04-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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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벤처투자자 5명이 꼽은 장단점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성시대다. ‘제2의 카카오톡’이 되겠다는 큰 꿈을 안고 창업 전선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정부 모태펀드로 결성된 투자조합(자펀드)이 투자한 ‘창업 3년 이내 기업’은 2011년 185곳에서 지난해에는 351곳으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내수 시장 대신 ‘처음부터 글로벌시장(born to global)’을 공략하는 스타트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덩달아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전통적인 창업 강국 위주로 돈을 대왔던 세계 벤처 투자자들의 이목이 점차 한국으로 쏠린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5명의 해외 벤처 투자자를 인터뷰했다.


○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은…


일본 벤처캐피털사(社) 글로벌브레인의 유리모토 야스히코(百合本安彦) 대표는 ‘우수한 경영진’을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으로 꼽았다. 유리모토 대표는 “최고 수준의 학력을 갖춘 경영인이 있는 스타트업이 많고 이들은 경영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글로벌브레인은 지난해 모바일 게임 데이터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파이브락스’에 25억 원을 투자했다. 파이브락스에 대해서도 “이창수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전문지식과 경험,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깊은 통찰력을 지닌 점을 높이 샀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보다 3년 먼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인 싸이월드를 만든 대단한 기업가들이 있는 곳이죠.” 스타트업 투자사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의 프랭크 미한 공동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세계 어느 나라 기업보다 앞선 기술력과 빠른 실행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홍콩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의 벤처 투자를 총괄했던 그는 싸이월드 창업자인 형용준 씨의 새로운 도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멘토이기도 하다. 형 씨는 최근 프리랜서 구인 구직용 SNS인 ‘피플웨어’를 창업했으며 스파크랩의 지원을 받았다.

카카오와 록앤올(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김기사’ 운영기업)에 투자한 일본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의 에비하라 히데유키(海老原秀幸) 한국지사장도 “한국 스타트업의 강점은 우수한 기술력과 스피드(속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수 시장이 작다는 위기의식이 세계 시장 진출을 독려하는 문화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스타트업의 약점은…

“한국 벤처업계에는 아직 인수합병(M&A)을 통한 선순환 생태계가 없다.”

외국 벤처투자자들이 꼽은 한국 스타트업계의 대표적 약점은 M&A 문화가 취약하다는 것. 미한 대표는 “한국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M&A에 나서서 ‘한국 시장은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마크 테토 더벤처스 파트너(모바일 주차장 서비스 기업 ‘파킹스퀘어’에 투자) 역시 “벤처, 중소기업의 인수합병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봤다.

엄격한 위계질서 문화도 스타트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페이스북의 해외개발 총괄을 맡았던 네트 제이컵슨 스파크랩 글로벌 벤처 공동대표는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한 방향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주위에서 최고경영자에게 끊임없이 경고해야 한다”며 “한국의 엄격한 상하(上下) 문화가 이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자의 독단이 스타트업을 망하게 하는 사례를 숱하게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에비하라 지사장은 “스피드를 너무 중시하는 나머지 질적인 측면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스타트업이 일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이른바 ‘PDCA 시스템’보다 목표와 실적의 간극을 끊임없이 줄여나가는 경영 기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PDCA 시스템은 단기간 ‘계획하고(Plan) 실행하고(Do) 확인하고(Check) 보완하는(Action)’ 과정을 반복하는 경영 시스템이다. 이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쫓아가라는 이야기다.

황태호 taeho@donga.com·정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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