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포기한 정유공장 현대화 SK건설 나서니 새 시설로 변신

동아일보

입력 2014-04-04 03:00 수정 2014-04-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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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한류 50년의 주역들]SK건설, 에콰도르서 승승장구

SK건설이 현대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에콰도르 북서부지역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 당장이라도 가동이 멈출 것 같이 노후한 모습의 이 공장은 2015년이면 최신 설비의 현대화된 공장으로 변신한다. SK건설 제공
폐허가 따로 없었다. 정유공장 정제탑 겉면의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진 채 덧칠조차 안 돼 있었다. 깨진 증기배관 사이로 가스와 물이 흘러나왔다. 물을 퍼 올리는 펌프는 작동되다 이내 멈췄고 파손된 폐수설비 틈으로 기름덩어리가 흘러나와 있었다.

박철규 SK건설 프로젝트엔지니어링매니저(부장)가 2008년 10월 에콰도르 북서부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에서 처음 맞닥뜨린 광경이다. 박 부장은 “원유 정제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던 공장이 지금은 한국의 현대적인 정유공장과 비슷하게 변해간다”고 말했다.


○ “일본은 못해도 SK건설은 할 수 있다”

SK건설은 에스메랄다스 정유공장 시설 현대화의 전 과정을 주도해왔다. 노후한 중질유 분해시설, 원유정제시설, 폐수처리장 등을 현대화하는 공사를 2009년 2월 처음 수주한 뒤 지난해 11월 네 번째 발주까지 모두 따냈다. 4번의 수주로 계약한 금액은 총 7억1300만 달러(7738억 원). 이은섭 SK건설 에스메랄다스 프로젝트디렉터는 “처음 진출한 회사에 공사를 연속으로 맡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SK건설에 유리한 수주전은 아니었다. 발주처인 에콰도르 국영석유회사 페트로에콰도르는 2009년 당시 첫 공사를 일본 건설사 지요다에 맡기려 했다. 1977년 지요다가 이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을 둘러본 지요다는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통상 정유공장들은 5년 주기로 보수작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이 공장은 40년 동안 제대로 된 보수공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콰도르 원유 생산량의 약 20%를 정제하는 공장이 멈출 위기에 처하자 페트로에콰도르는 SK건설에 공사를 부탁했다. 당시 방한했던 에콰도르 에너지부 장관이 한국 건설사들의 건설기술이 좋고 특히 SK건설의 플랜트 시공능력이 뛰어다나는 말을 듣고 자국으로 돌아간 뒤 진행된 일이었다. “4차까지 공사가 발주되면서 중남미 여러 업체가 더 낮은 가격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섰지만 SK건설의 기술력을 믿었기 때문에 다른 건설사로 바꾸지 않았다.” 발주처 관계자는 SK건설 측에 계속 공사를 맡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 “당신들은 좋은 친구”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는 SK건설이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SK건설 직원들은 현지인들로부터 “에세카 에스 누에스트로 부엔 아미고(당신들은 좋은 친구예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유공장 공사를 처음 따낸 직후부터 SK건설이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활동을 펼친 영향이 컸다.

정유공장이 위치한 에스메랄다스 시는 이 나라에서도 소외된 지역이다. 소외와 차별에 익숙한 이곳 주민들은 처음에 SK건설을 ‘돈을 빼앗으러 온 외국기업’쯤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SK건설이 지속적으로 PC 등 학교물품을 지원하고 의료봉사, 청소년 축구대회 개최 등에 나서자 주민들도 마음을 열었다.

최광철 SK건설 사장은 “에콰도르 사례처럼 낯선 해외국가를 개척할 때는 사회공헌을 활발히 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쌓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진심을 다하는 전략으로 해외건설 영토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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