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영화 한편 내려받는데 6일, 2014년 손끝 까딱하면 28초만에 끝

동아일보

입력 2014-03-31 03:00 수정 2014-03-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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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0년 1984∼2014]<2>한국, 이동통신 최강국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16년 전 1998년 SK텔레콤은 이런 광고를 내보냈다. 당시엔 전화가 끊기지 않고 잘 터지는 게 자랑이었다. 지금은 음성 전화가 되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무선 인터넷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한국 이동통신 기술의 이런 비약적인 발전은 독자 기술을 개발하려는 연구자들의 집념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도 이런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 세계 최초의 신화 쏟아내


이동통신 서비스가 30년 전 시작될 때 한국은 통신 후진국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체신부를 중심으로 진행된 한국형 전전자교환기(TDX) 독자 개발 경험이 연구진의 자신감을 높였다. 무선 분야에서도 독자 개발론이 꿈틀댔다.

“당시에도 기술을 수입해 쓰자는 의견도 높았다. 그러나 1986년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던 TDX 개발 연구자들은 끝까지 독자 기술을 고집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대한민국이다.”

한기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62)의 회고다. 실제 1993년 가을 ETRI 6연구동 실험실 문에는 ‘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작전본부’라는 문패가 붙었다. 개발팀은 전쟁을 치르듯 치열한 연구를 벌인 끝에 1994년 4월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시연한다.

이후 SK텔레콤은 1996년 1월 CDMA 방식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1997년 말 CDMA PCS(016, 018, 019 등)가 도입되어 이동통신 대중화를 연다. 작고 가벼운 CDMA 전용 기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CDMA 기술의 세계 첫 상용화는 무엇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폭증의 기폭제가 됐다. 1996년 313만 명이던 가입자는 1999년 2100만 명으로 3년 만에 7배로 늘었다.

한국의 이동통신 기술은 무선 인터넷 시대를 준비하며 더욱 발전했다. 2000년 2.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CDMA2000 1× 상용서비스를, 2002년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동기식 IMT-2000 서비스를, 2006년 이동전화 기반 3.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상용서비스를, 2011년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 서비스를, 지난해에는 기존 LTE보다 2배 빠른 LTE-A 상용서비스를 각각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0.4Mbps에도 못 미치던 데이터 전송속도는 현재 150Mbps(LTE-A의 최고 속도)로 375배 빨라졌다. 현재 무선통신 속도는 일반 가정에서 쓰는 유선 광랜(최고속도 100Mbps)보다 1.5배 빠르다.


○ 이동통신 분야 세계 강국으로

현재 한국의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음성통화 품질이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S등급(매우 우수·통화성공률 97.5% 이상)’으로 ‘B등급(보통·통화성공률 95∼90%)’인 도쿄, 뉴욕, 홍콩 등 해외 6개 대도시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전했다. 데이터 전송속도 역시 S등급을 기록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매년 발표하는 ‘정보통신기술 발전지수’에서도 한국은 157개 나라 가운데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업계는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도전을 시작했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정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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