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경기야 CF야”… 경기뒤 25분만에 리얼타임 팩션 광고
동아일보
입력 2014-03-11 03:00 수정 2014-03-11 09:53
삼성전자, 소치올림픽때 선보인 ‘리얼타임 마케팅’ 화제
이날 오전 4시 27분 종료된 여자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장면이 담긴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가 25분 뒤인 오전 4시 52분부터 온라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오전 8시 28분부터는 지상파TV 광고에서도 실제 경기 모습이 담긴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광고를 만들었지?”
조 씨는 호기심이 생겼고 곧장 다른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도 검색해봤다.
지난달 12일 한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이상화의 경기 결과를 반영한 광고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 경기의 주요 장면과 경기 뒤 이상화가 환호하는 모습이 나왔다. 다만, 자세히 보니 응원 장면에서 연출한 모습이 나타났다. 박태환(수영), 김기훈(쇼트트랙), 제갈성렬(스피드 스케이팅), 전이경(쇼트트랙) 등으로 구성된 ‘갤럭시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응원석에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첫 금메달’ ‘37.28초’ ‘이상화 2연패’ 등 경기 결과를 곧바로 반영한 문구를 들고 있었다.
○ 경기 장면은 ‘사실’, 응원 장면은 ‘연출’
지난달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기간에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를 관심 있게 지켜 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광고를 만들었지?’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김연아와 이상화뿐 아니라 심석희(쇼트트랙),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등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경기에서 메달이 나올 때마다 실제 상황을 반영한 광고를 방영했다.
삼성전자의 소치 겨울올림픽 마케팅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리얼 타임 팩션(Real Time Faction)’ 광고였던 것. ‘팩션’은 ‘Fact(사실)’와 ‘Fiction(소설)’의 합성어로 실제 상황을 토대로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를 뜻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제 올림픽 중계영상에 ‘갤럭시 응원단’이 현지에서 직접 응원한 것 같은 연출 장면을 결합하는 게 올림픽 광고 전략의 핵심이었다”며 “사람들이 몇 시간 전의 감동적인 순간을 되새길 수 있도록 ‘리얼 타임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도 리얼 팩션 광고의 또 다른 콘셉트였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대단하고, 메달리스트가 되면 더 좋지만 메달을 따지 못해도 최선을 다한 선수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광고에 반영한 것이다. 메달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던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한 원윤종과 서영우를 광고 모델로 쓴 게 그 예다.
박범순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메달 획득과 상관없이 다양한 종목의 선수를 광고 모델로 출연시키며 희망을 강조한 건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 변수 많았던 제작 과정
살아있는 상황을 담아낸다는 특성 때문에 리얼 타임 팩션 광고에는 변수가 많다.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건 기본이고 아예 메달을 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황에 맞게 여러 편의 광고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개최 수개월 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한 각종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쳤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삼성전자가 리얼 타임 팩션 광고 모델로 쓴 선수(팀)는 총 14명(갤럭시 응원단 5명 포함). 삼성전자는 금·은·동메달 획득과 메달을 따지 못했을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상황을 사전 제작한 뒤 경기 결과에 맞춰 광고를 제작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처럼 기존 광고 캠페인의 전형을 탈피한 것을 갤럭시가 추구하는 방향과 연계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리얼 타임 팩션 광고의 제작 과정에서도 갤럭시의 혁신적 철학과 브랜드 가치를 담아냈다”며 “갤럭시 마케팅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응원단’ 멤버였던 박태환은 “TV 광고를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과 생생한 감동이 느껴졌다”며 “이번 올림픽 광고에서 내가 들고 있던 응원 문구가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새롭고,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삼성전자 갤럭시의 소치 겨울올림픽 광고는 박태환 성시백 김기훈 등 유명 올림픽 출전 선수들로 구성된 ‘갤럭시 응원단’이 실제 경기장을 방문해 응원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응원한 것처럼 연출했다는 특징이 있다. 여자 피겨 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실제 경기 장면(아래 사진). 삼성전자 제공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달 20일. 마케팅 전문가를 꿈꾸는 대학 1학년 조모 씨(19)는 밤을 새워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다 신기한 장면을 봤다.이날 오전 4시 27분 종료된 여자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장면이 담긴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가 25분 뒤인 오전 4시 52분부터 온라인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오전 8시 28분부터는 지상파TV 광고에서도 실제 경기 모습이 담긴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광고를 만들었지?”
조 씨는 호기심이 생겼고 곧장 다른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도 검색해봤다.
지난달 12일 한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 이상화의 경기 결과를 반영한 광고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 경기의 주요 장면과 경기 뒤 이상화가 환호하는 모습이 나왔다. 다만, 자세히 보니 응원 장면에서 연출한 모습이 나타났다. 박태환(수영), 김기훈(쇼트트랙), 제갈성렬(스피드 스케이팅), 전이경(쇼트트랙) 등으로 구성된 ‘갤럭시 응원단’이 경기장에서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응원석에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첫 금메달’ ‘37.28초’ ‘이상화 2연패’ 등 경기 결과를 곧바로 반영한 문구를 들고 있었다.
○ 경기 장면은 ‘사실’, 응원 장면은 ‘연출’
지난달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 기간에 삼성전자 갤럭시 광고를 관심 있게 지켜 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광고를 만들었지?’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김연아와 이상화뿐 아니라 심석희(쇼트트랙),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등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경기에서 메달이 나올 때마다 실제 상황을 반영한 광고를 방영했다.
삼성전자의 소치 겨울올림픽 마케팅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리얼 타임 팩션(Real Time Faction)’ 광고였던 것. ‘팩션’은 ‘Fact(사실)’와 ‘Fiction(소설)’의 합성어로 실제 상황을 토대로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를 뜻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제 올림픽 중계영상에 ‘갤럭시 응원단’이 현지에서 직접 응원한 것 같은 연출 장면을 결합하는 게 올림픽 광고 전략의 핵심이었다”며 “사람들이 몇 시간 전의 감동적인 순간을 되새길 수 있도록 ‘리얼 타임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는 소치 겨울올림픽 기간에 경기를 보면서 메신저 서비스인 ‘챗온’으로 대화를 나누는 멀티 윈도 기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 제공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후원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현장을 생생하게 반영한 광고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방영한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금메달을 딴 선수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도 리얼 팩션 광고의 또 다른 콘셉트였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대단하고, 메달리스트가 되면 더 좋지만 메달을 따지 못해도 최선을 다한 선수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광고에 반영한 것이다. 메달과는 처음부터 거리가 멀었던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한 원윤종과 서영우를 광고 모델로 쓴 게 그 예다.
박범순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메달 획득과 상관없이 다양한 종목의 선수를 광고 모델로 출연시키며 희망을 강조한 건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 변수 많았던 제작 과정
살아있는 상황을 담아낸다는 특성 때문에 리얼 타임 팩션 광고에는 변수가 많다.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건 기본이고 아예 메달을 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황에 맞게 여러 편의 광고 영상을 제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개최 수개월 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한 각종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를 거쳤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삼성전자가 리얼 타임 팩션 광고 모델로 쓴 선수(팀)는 총 14명(갤럭시 응원단 5명 포함). 삼성전자는 금·은·동메달 획득과 메달을 따지 못했을 상황을 대비해 다양한 상황을 사전 제작한 뒤 경기 결과에 맞춰 광고를 제작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처럼 기존 광고 캠페인의 전형을 탈피한 것을 갤럭시가 추구하는 방향과 연계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리얼 타임 팩션 광고의 제작 과정에서도 갤럭시의 혁신적 철학과 브랜드 가치를 담아냈다”며 “갤럭시 마케팅은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응원단’ 멤버였던 박태환은 “TV 광고를 보니 신기하다는 생각과 생생한 감동이 느껴졌다”며 “이번 올림픽 광고에서 내가 들고 있던 응원 문구가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새롭고, 긍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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