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쌍용車 해직 153명 웃다

박창규기자 , 신동진기자

입력 2014-02-08 03:00 수정 2015-07-0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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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해고 무효” 1심 뒤집어… 복직 가능성에 ‘감격의 포옹’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 이후 해고가 부당하다며 복직운동을 벌여온 근로자들이 5년 만에 일터로 돌아갈 길이 열렸다.

7일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조해현)는 2009년 쌍용차 해고 근로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해고는 무효이고 해고기간 중 임금의 일부로 100만 원씩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었다. 구조조정 이후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제외한 최종 해고자는 159명으로 이들 중 153명이 소송을 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2009년 6월 정리해고는 무효가 돼 해고자들은 회사로 복귀하고 해고 기간 중 못 받은 임금에 대해 청구할 권리를 얻게 된다. 1심 당사자 중 사망한 1명과 소송을 포기한 5명 등 6명은 판결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판부는 사측이 정리해고 근거로 든 ‘재무건전성의 위기’를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정당성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는 회사의 자금 유동성, 재무건전성, 효율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2010년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쌍용차가 낸 재무제표를 근거로 ‘재무건전성의 위기’를 인정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

재판부는 “쌍용차가 2008년 당시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재무건전성 위기가 지속됐다고 볼 수 없다”며 경영상 필요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긴 했지만 해고를 회피할 노력을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쌍용자동차가 회계장부에 신(新)차종의 예상 매출을 전부 누락시키고 구(舊)차종의 판매량을 줄여 기재하는 등의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측의 회계 산출 문제를 지적했다. 정치권 등에선 쌍용차가 2009년 회계 조작으로 부실을 부풀려 대규모 정리해고를 정당화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해고 근로자 측 김태욱 변호사는 “회계 조작 사실이 밝혀진 만큼 감독기관이었던 금융감독원과 회계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 쌍용차 사측의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소송을 제기한 153명의 해고자 중 30여 명만이 재판을 지켜봤다. 나머지 해고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해현 부장판사의 입에서 ‘해고 무효’라는 말이 나오자 변호사와 방청석에 앉은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재판부에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서로를 안아주며 ‘예상 밖 승리’를 자축했다.

재판을 마치고 법원 앞 계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고자 가족 대표 권모 씨(39·여)는 “해고자들이 지금이라도 당장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 복귀하기를 바라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다”면서 “지금까지 잘 버텨준 해고자들과 가족들 모두 감사하다”며 회견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금속노조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망한 근로자·가족) 24명의 동료를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2009년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했을 때 법원이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내걸어 따른 것뿐”이라며 “이제 와서 무효라고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만큼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원이 쌍용차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자의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이번 판결로 정리해고 관련 사회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유연한 인력 운용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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