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플 진창수 대표 “샤워용기는 제게 시작일 뿐입니다 애플같이 혁명적 제품 만들거예요”

동아일보

입력 2013-11-25 03:00 수정 2013-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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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샤플’ 진창수 대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서 다섯번 도전 끝 5만5000달러 유치


진창수 샤플 대표가 휴대용 샤워 용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컴퓨터로 작업한 제품 이미지를 들고 무작정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을 찾아갔습니다. ‘아이디어가 괜찮다’며 킥스타터(미국 최대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에 올려보라고 하더군요. 그땐 킥스타터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지난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샤플’을 창업한 진창수 대표(32)는 고 회장을 만나 킥스타터라는 사이트를 처음 알았다. 그가 개발하던 제품은 벽에 붙였다 뗄 수 있는 휴대용 샤워용품 용기였다. 샴푸나 바디로션 등을 덜어놓고 쓰는 통인데 흡착판이 있어서 벽에 붙일 수 있게 했다.

3월 시제품이 나오자마자 킥스타터 문을 두드렸고 네 번의 퇴짜 끝에 8월 제품을 등록했다. 60일 동안 5만5026달러(약 5832만 원)를 모아 당초 목표액을 57% 넘겼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는 목표액을 넘겨야만 돈을 받을 수 있다. 35mL 3개들이는 20달러, 65mL 3개들이는 24달러로 가격을 매겼는데 1063명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냈다.

21일 만난 진 대표는 “2006년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서 복무하며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샤워하러 갈 때마다 샴푸, 보디젤, 보디로션 통을 따로 들고 다녀야 하고 바닥에 놓고 쓰기도 불편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거울이나 타일, 스테인리스 등에 잘 붙고 운반하기도 쉬운 샤워용품 용기를 개발했다. 스마트한 느낌이 나도록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하지만 킥스타터에 제품을 등록하기까진 산 넘어 산이었다. 우선 등록자가 미국이나 영국 시민권자이거나 현지법인이 있어야만 했다. 그는 킥스타터에 “한국에서 킥스타터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e메일을 보냈지만 “당장 아시아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미국에 사는 지인의 도움으로 6월 현지법인을 세웠다.

제품을 등록하려니 “퍼스널 케어용품(위생용품, 화장품 등)은 안 된다”며 또 거절 e메일을 받았다. 그는 “제품을 담는 용기일 뿐”이라고 다시 설명했다. 홍보 동영상을 보내자 “3차원(3D) 영상은 안 된다”, 제품 설명에 ‘수익금으로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겠다’는 계획을 써넣자 “모금은 할 수 없다”며 퇴짜를 놓았다.

힘들게 킥스타터의 문턱을 넘었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마감 10일 전 일찌감치 목표액을 달성했고 44개국의 소비자들이 제품을 주문했다. 그는 “킥스타터를 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홍콩 등에서 바이어들이 수입 문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진 대표는 창업을 하고 싶어 삼수까지 해 홍익대 프로덕트 디자인과에 진학했다. 제품의 디자인은 사람의 첫인상과 같아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면 디자인이 우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제품은 본격적으로 사업의 밑천을 마련하기 위한 출발선이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스마트 혁명을 촉발했듯 혁신적인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삼성도 처음엔 설탕과 밀가루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됐습니다. 샤워용품 용기로 시작했지만 저도 나중에는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스마트기기를 만들 겁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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