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아내 한희원은 연습벌레… 은퇴대회 캐디백 꼭 메겠다”

동아일보

입력 2013-08-28 03:00:00 수정 2013-08-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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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년의 LG 에이스 손혁이 말하는 ‘골퍼와의 결혼 10년’

손혁 MBC스포츠플러스 프로야구 해설위원(왼쪽)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는 아내 한희원의 퍼팅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손혁은 2004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은퇴한 뒤 ‘외조’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고 2007년에는 마이너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동아일보DB
한국 선수들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에 물꼬를 튼 선수는 박세리(36·KDB금융그룹)다. 그렇지만 결혼과 투어생활 병행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선수는 한희원(35·KB금융그룹)이다. 한희원은 2003년 말 당시 프로야구 두산 투수이던 손혁(40·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결혼했다.

한희원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2004년 은퇴 후 미국에서 야구 공부를 하던 손혁은 지난해 귀국해 국내야구와 메이저리그 해설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부부는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함께한다.

2004년 열린 세이프웨이 클래식은 이들 부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회다. 한희원이 결혼 이듬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인생이 술술 풀렸기 때문이다. 한희원은 29일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도 출전한다.

미국 투어를 함께 다니다 2011년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 AT&T파크를 찾은 손혁(왼쪽) 한희원 부부. 손혁 제공
○ 쓰레기통 뒤진 왕년의 에이스

한때 LG의 에이스였던 손혁은 은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까지 한희원의 투어에 동행했다. 당시만 해도 여자 프로골퍼가 투어생활 중 결혼하는 것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결혼은 선수생활의 끝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자 한희원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한희원은 그해 9월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수많은 갤러리 중에는 손혁도 있었다. 손혁은 “아내가 우승하면서 우리에게 따라붙던 의혹의 눈초리를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장정과 김미현, 김주연 등이 줄줄이 결혼했다.

손혁은 “직접 하는 것보다 보는 게 더 힘들 때가 있다. 어느 대회에선가 내가 다 마신 물통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버디 행진을 이어가던 아내가 다음 홀에서 곧바로 보기를 범하더라. 곧바로 홀을 거슬러 올라가 쓰레기통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그 물통을 되찾아 와 남은 경기를 봤다”고 회상했다.


○ 트레이너, 운전사, 심리상담사

손혁이 아내와 함께 투어를 다니면서 깜짝 놀란 게 있다. 대회 중이건 아니건 한희원은 쉼 없이 연습을 하더라는 것이다. 손혁은 “프로골퍼는 야구의 선발 투수와 비슷하다. 선발 투수가 한 경기를 던지고 나흘을 쉬듯 골퍼는 나흘 경기를 하면 사흘은 경기가 없다. 이때 잘 쉬는 게 중요하다. 계속 연습을 하겠다는 아내에게 최소한 월요일은 쉬자고 설득했다”고 했다.

한희원의 트레이닝도 직접 맡았다. 잠자기 전 스트레칭을 해 주고 복근 운동도 시켰다. 야구 선수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을 살려 심리적인 도움도 줬다.

손혁은 2006년부터는 중요 경기에만 아내를 따라다니고 나머지 시간에는 미국의 피칭 전문가인 톰 하우스 밑에서 야구 공부를 시작했다. 재기에 성공해 2007년 초에는 볼티모어 산하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도 했다. 부상이 재발해 선수생활을 다시 이어가진 못했지만 야구인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손혁은 “2009년 어느 날 아내가 전화로 ‘꼭 좀 와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내가 보고 싶어 그런 줄 알고 갔더니 운전사가 필요한 거였다. 3주 연속 대회가 있었는데 대회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7, 8시간씩 운전을 해야 했다”며 웃었다.


6세 외아들은 골프할까 야구할까 손혁-한희원 부부의 아들 대일 군(6)은 야구와 골프 모두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손혁은 2004년 프로야구에서 은퇴하면서 “반드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아들을 낳겠다”고 했고 2007년에도 “골프보다는 야구를 시키겠다” 고 말했다. 대일 군은 어떤 선택을 할까. 손혁 제공
○ 마지막 캐디백은 내 어깨에

손혁은 한희원과 함께 투어를 다니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밭 사이로 차를 몰기도 했고,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함께 걷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보스턴 인근에서 대회가 있을 때는 미국프로야구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야구경기도 봤고, 콜로라도에서는 당시 메이저리거였던 김병현(현 넥센)을, 뉴욕에서는 서재응(현 KIA)을 만났다.

LPGA투어 진출 1세대인 한희원도 선수생활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손혁은 “아직까지 아내의 캐디백을 직접 멘 적이 없지만 마지막 대회에서는 꼭 메주고 싶다. 시작은 같이 못했지만 끝은 같이 해주고 싶어서다. 아내가 걸어온 힘든 길을 함께 느끼며 ‘정말 고생했다’고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 또 “2007년 태어난 아들 대일이가 운동 신경이 좋은 것 같다. 나를 따라 야구를 하든, 아니면 아내의 뒤를 이어 골프를 하든 둘 중 하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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