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분식회계의 덫… 국가경제까지 망친다

동아일보

입력 2013-05-20 03:00 수정 2013-05-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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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임원 아니더라도 분식회계 지시 땐 처벌(동아일보 4월 17일자 B1면)

《 등기임원이 아닌 경영진도 분식회계를 지시하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정부 입법으로 이달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


:: 이게 궁금해요 ::

최근 모 저축은행의 분식회계 사태로 다시 한 번 회계의 불투명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주와 채권자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피해를 주는 분식회계가 만연하면서 본래의 회계 목적이 퇴색된 것 같습니다. 회계란 무엇이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분식회계를 근절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 회계

뮤지컬 ‘엔론’에서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 역을 맡은 배우가 부채를 먹어 치우는 ‘분식회계’를 은유한 공룡들에게 둘 러싸여 있다. 2000년대 초 미국은 엔론 사태로 뉴욕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등 경기 침체를 경험해야 했다. 동아일보DB
독일의 문호 괴테는 회계를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문명발달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인류가 문자를 창안한 이유를 회계의 필요성 때문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회계, 누가 발명했을까요.

회계학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의 루카 파치올리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기도 했던 파치올리는 1494년 11월 베네치아에서 ‘산술·기하·비율 및 비례 총람’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는 이 책의 제1부 제9편 제11장 ‘상업적 계산과 기록’에서 지금의 회계 시스템과 비슷한 복식부기를 세계 최초로 소개했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베네치아는 상업이 발달한 곳이었습니다. 상인들은 이 복식부기를 통해 순이익과 순자산을 산출하는 등 자신의 사업 상황을 한눈에,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상업은 더 발전하게 됐습니다. 회계(복식부기)는 ‘자본주의의 산파(産婆)’라고 불리며 서구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보다 200년 이상이나 앞선 시기, 우리나라에 회계의 흔적이 있습니다. 12세기 고려 말엽부터 조선시대까지 개성상인들이 사용한 ‘송도부기’입니다. 송도사개치부법이라고 불리는 송도부기는 서양의 복식부기와 근본 원리가 같습니다. 조선 세종대왕 때 금속활자와 함께 해외로 유출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실 서양의 복식부기는 파치올리가 완전히 새롭게 창안했다기보다는 당시 상인들의 복식부기법을 집성하고 체계화한 것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분식회계로 엄청난 비용 발생

본래 회계는 정직과 성실을 가장 중시하는 학문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경영의 기틀을 잡는 데 사용됐습니다. 15세기 세종대왕 시절의 감합법(勘合法·서류의 좌우 대조 확인)과 중기(重記·복식부기의 기본 원리인 이중기입)는 각종 부정부패를 방지 또는 적발하는 제도로 국가 경제를 더욱 탄탄히 했습니다. 18세기 청교도 정신으로 건국된 미국의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등 지도자들도 모두 회계 지식에 밝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잘만 쓰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가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회계가 지금은 오히려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분식회계 때문이죠. 분식회계란 분가루로 얼굴을 꾸미듯 기업의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화장하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 미국은 엔론 사태로 뉴욕 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등 경기 침체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도 대우그룹이 수십조 원 분식회계로 30조 원 이상의 국민 혈세를 낭비시키기도 했습니다. 화장만 잘한 기업은 결국 실체가 드러나게 마련이고, 도산하게 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주주나 채권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칩니다. 무엇보다 경제주체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심화시킵니다. 결국 투자 위축과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거죠.


○ 회계의 투명성 제고 필요

기업의 성장은 국가의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회계는 바로 그 기업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표준화된 기록입니다. 그래서 회계를 ‘기업의 언어’라고 합니다. 그런데 회계가 기업의 언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회계의 투명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불투명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추정(2010)’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이 핀란드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2008년 기준으로 주식시장 규모가 252조 원 증가하고, 국가 전체 이자 비용은 76조 원이나 감소한다고 합니다.

조용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그렇다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회계의 작성, 감사, 감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관리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을 상시 점검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회계 부정이 일어나면 엄한 벌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회계 부정은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내부고발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므로, 내부고발자가 배신자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있어야 합니다. 셋째, 소액투자자들이 회계를 좀 알아야 합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얻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자 스스로 노력하기도 하고 교육 환경도 마련돼야 합니다.

조용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풀어봅시다

◇이번 주 문제


정부가 최근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쉽게 만들고, 벤처에 투자한 자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비율을 높인다는 내용입니다.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돈 문제입니다. 정부는 세금을 감면하거나 깎아주는 방법으로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새 정부가 내세운 ‘○○경제’를 위한 것입니다. ○○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요.

① 모범 ② 공정 ③ 창조 ④ 성장

◇응모 방법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정답 입력 화면으로 이동합니다. 동아닷컴 기존 회원이면 바로 로그인해 입력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면 동아닷컴 홈페이지(www.donga.com)에서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세요.

◇응모 마감 및 당첨자 발표

▽응모 마감=22일(수) 오후 5시

▽시상=정답자 1명을 추첨해 ‘갤럭시노트10.1’(와이파이 전용·사진) 1대를 드립니다.

▽당첨자 발표=27일(월) 동아경제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dongaeconomy)에 게재합니다.

※전화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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