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무음의 감동’ 순수 전기차, 한 번에 122km 주행가능

동아일보

입력 2013-03-28 03:00 수정 2013-03-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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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이 걸렸나? 안 걸렸나?’

멀뚱멀뚱 조수석에 탄 동승자를 바라보다 일단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렸다. 기어를 ‘D(드라이브)’에 옮기자 거짓말처럼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기차의 위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전기차를 처음 경험해보는 사람에게는 ‘무음(無音)의 감동’만큼 결정적인 건 없다.

21일 대전 유성구 문지동의 LG화학 기술연구소에서 미국 포드의 ‘포커스 일렉트릭’을 만났다. 포커스 일렉트릭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19개 주에서 출시됐다. 한국에는 아직 입성하지 못했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연구용’이다. LG화학은 포커스 일렉트릭에 채용된 자사 리튬이온 전기배터리(23kWh)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주행을 시작하자 계기반에 ‘72km’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지금 배터리가 72km 정도를 더 주행할 수 있을 만큼 남았다는 뜻이다. 순수전기차(EV)인 포커스 일렉트릭은 한 번 충전으로 122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도 가기 힘든 거리다. 순수 배터리로만 가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이브리드 전기차(HEV)들은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엔진을 번갈아 사용하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내연기관 엔진이 가동돼 배터리를 충전해주기 때문에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가 훨씬 길다. 포커스 일렉트릭의 최고 속도는 시속 136k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공식 스펙에서 나온 바 없지만, 일반 승용차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연비는 가솔린으로 환산했을 때 L당 44.6km 정도다.

동급 차량에 비해 내부가 넓다거나 내장재가 고급스럽다는 등의 장점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가격도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닛산의 ‘리프’보다 5000달러가 더 비싸 약 4만 달러에 이른다. 전기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지만 왜 미국에서도 지난 한 해 1000대도 팔리지 않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 차의 장점도 있다. 바로 충전시간이 3, 4 시간으로 매우 짧다는 것이다. 이는 리프의 절반 수준이다.

주행을 마치고 차가 원래 세워져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차는 역시 말이 없다.

대전=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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