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내 첫 국제크루즈, 1년만에 운항 중단

동아일보

입력 2013-01-22 03:00 수정 2013-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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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인원, 정원의 절반 그쳐… 이달까지 누적적자 400억
외국인 승객 비중 고작 5.5%… 카지노 허가 불발 여파 커


하모니크루즈의 클럽 하모니호 갑판의 모습. 9층 높이, 2만6000t급(여객 정원 1000명)인 이 크루즈선은 야외수영장, 자쿠지, 피트니스센터 등 고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운영해 왔다. 동아일보DB
2003년 3월 결혼한 최모 씨는 지난해 2월 국내에도 국제 크루즈가 취항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혼 10주년 여행을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던 최 씨는 크루즈여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가격도 부담 없고 무엇보다 닷새 정도 되는 여행 기간도 마음에 들었다. 크루즈에 오를 날을 기다리며 매달 차곡차곡 돈을 모아오던 최 씨는 최근 예약을 하려다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국내 1호이자 유일한 국제 크루즈인 ‘클럽 하모니호’가 1월까지만 운항한다는 것이었다.

2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클럽 하모니호’는 28일 부산에서 출발해 후쿠오카(福岡)와 벳푸(別府)를 경유해 되돌아오는 운항을 마지막으로 휴항에 들어간다. ‘휴항’이라고 하지만 언제 다시 운항을 재개할지는 알 수 없어 업계에서는 사실상 운항 중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2월 16일 취항한 한국 최초의 크루즈는 왜 1년 만에 멈춰선 것일까.


○ 순탄치 못한 출발

‘클럽 하모니호’ 운영 선사인 하모니크루즈가 대외적으로 밝힌 운항중단 사유는 ‘선박의 정비 및 항로 재구성’. 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영업부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발부터 순탄치 못했다. 당초 하모니크루즈는 제주를 모항(母港)으로 운항하려고 했지만 취항 전 승객모집이 저조하자 모항을 부산으로 바꾸고 영업을 시작했다.

9층 높이의 2만6000t급(여객 정원 1000명) 크루즈선 1척으로 시작한 하모니크루즈는 부산항에서 출발해 후쿠오카, 벳푸, 나가사키(長崎) 등을 거치는 3박 5일 여행 상품을 60만 원 전후 가격에 내놨지만 승객이 적어 고전해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크루즈가 지난해 2월부터 12월 말까지 총 61회를 운항하는 동안 탑승객은 3만1327명이었다. 1회 운항당 평균 탑승인원은 513명으로 정원의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 또 비수기에는 승객이 승무원 수(365명)보다 적을 때도 많았다.

이 때문에 하모니크루즈는 지난해 7월 말 기준으로 2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이달 20일 현재 누적 적자액은 4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의 장기 불황도 운항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모니크루즈사의 모(母)회사는 포스코, 한전 등의 원자재를 운송하는 벌크선 회사인 폴라리스시핑이다. 불황으로 모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자회사까지 적자가 누적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 “카지노만 있었더라면”

크루즈가 수지를 맞추려면 외국인 승객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지금까지 외국인 이용객은 1710명으로 전체의 5.5%에 그쳤다. 국토부는 외국인 승객모집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이유 중 하나로 카지노 영업허가가 나지 않은 점을 꼽는다. 문화관광부는 2011년 10월 국제 크루즈에서 카지노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 시행령을 고쳤지만 정작 허가는 내주지 않아 하모니크루즈는 선상 카지노를 운영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크루즈 선박은 기본적으로 카지노 운영을 전제로 설계되고 운영된다”면서 “한국의 크루즈는 카지노를 허가받지 못해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모니크루즈 관계자는 “짧은 일정에 합리적인 가격의 여행상품으로 크루즈 여행을 대중화하려고 했으나, 손님을 충분히 모으지 못해 이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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