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安 한마디에 文테마주 하루 20% 널뛰기

동아일보

입력 2012-12-07 03:00 수정 2012-12-24 22:2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안철수 후보 사퇴에도 대선 테마주 시장은 여전히 ‘安風’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테마주에 투자한 은행원 정모 씨(30)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그가 검색하는 키워드는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다. 안 전 후보 관련기사를 보며 문재인 테마주 주가를 짐작하는 것이다. 정 씨는 “안 전 후보의 말 한마디에 문재인 테마주가 춤을 춘다”며 “문재인 테마주가 안철수 테마주처럼 됐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대선 테마주 시장에선 여전히 ‘안풍(安風)’이 불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언행 하나하나에 대선 테마주 주가가 실적과 상관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이다. 특히 안 전 후보의 지지에 매달리는 문 후보 테마주는 사실상 안철수 테마주로 바뀌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5일 코스피시장에서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는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가는 20% 넘게 널뛰기했다. 하한가에서 장을 시작한 두 종목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한 시점은 오후 1시 반경이었다. 안 전 후보가 오후 2시에 문재인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두 종목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1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 외에는 상승 요인이 없었다.

하지만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안 전 후보가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확산되며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 주가는 급락했다. 결국 전날보다 각각 2.99%, 5.49%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특히 우리들생명과학은 이날 7000만 주가 거래돼 상장주식 7900만 주가 한 차례 손 바뀜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만큼 단타매매가 극심했던 셈이다.

이런 현상은 문재인 테마주 투자자들이 안 전 후보의 지원사격에 전적으로 투자판단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자 다음 날 테마주 주가가 하한가까지 곤두박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6일 코스피시장에서도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안 전 후보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지 않자 또다시 하한가를 보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테마주도 안 전 후보의 ‘입’에 주가가 출렁이긴 마찬가지다. 안 전 후보의 기자회견 소식에 5일 9.94% 하락했던 EG는 기자회견이 무산된 뒤 첫 거래일인 6일 2.59% 상승하며 마감했다.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의 주가도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일부 문재인 테마주 투자자는 6일 오후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직접 만나 본격적으로 지지에 나선다는 소식이 퍼지자 ‘내일부터 연속 상한가 갈 것 같으니 무조건 매수에 나서자’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곽모 씨(31)는 “일주일간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는데도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박양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부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거의 폭탄 돌리기 수준의 거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거래량이 지나치게 많아 급격한 시세 변동이 예상되는 만큼 거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팀장은 역시 “실적에 토대를 두지 않은 테마주의 주가가 얼마나 허망하게 오르고 내리는지 최근 잘 나타나고 있다”며 “주식투자는 헛된 기대가 아닌 실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