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는 車를 움직이지만 공감은 고객을 움직인다”

동아일보

입력 2012-08-24 03:00 수정 2012-08-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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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광고 트렌드의 변화… 일반인 내세워 감성 자극

최근 자동차 광고는 성능을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가족, 인생 등 사람들 마음속을 파고드는 소재를 찾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왼쪽 사진은 1987년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1988년형 ‘스텔라 GX’의 지면 광고. 오른쪽 사진은 3월부터 전파를 탄 한국GM의 ‘쉐보레 크루즈’의 광고. 한국GM은 차량 대신 운전자를 부각하는 TV광고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한국GM 제공
아웃도어 캠핑 전문 블로거 김재성 씨가 조수석에 포드 직원을 태우고 빗길에서 아슬아슬하게 운전대를 꺾는다. 김 씨는 빗물을 튀기며 미끄러지듯 커브길을 돌아나가면서 연신 감탄사를 내지른다. 자동차 비전문가인 김 씨의 이 시승 장면은 광고로 만들어져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 톱스타 사라지다

화려한 톱스타가 등장하거나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조하던 자동차 광고가 최근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일반인을 등장시키거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자동차가 삶의 일부라는 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최근 광고에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더 멀리(go further)’라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포드 본사와 영국 던톤 포드 성능시험장을 방문할 일반인 방문단을 꾸린 것. 방문단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블로거 10명으로 헬스, 육아, 여행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미국과 영국에서 포드 자동차의 생산과정을 본 뒤 자동차를 운전했고 포드는 이 장면을 광고로 옮겼다. 방문단에 자동차 블로거는 배제해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체험한 정보만 전달했다. 노선희 포드코리아 이사는 “자동차가 단순히 하나의 기계가 아니라 패션, 육아 등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출연한 포드코리아의 광고는 방송은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 자동차 광고 감성시대

과거 자동차 광고는 성능과 기술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85년 전파를 탄 현대자동차 ‘쏘나타’ 광고는 카메라가 자동차의 내·외관을 자세히 비추며 제품을 설명하기 바빴다. 화면에 따라 굵은 목소리의 남자 성우가 ‘강력한 브레이크, 부드러운 파워 핸들’이라며 자동차 부품을 일일이 설명하는 방식이다. 유명 연예인으로 눈길을 끌어보려는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GM은 GM대우 시절이던 2000년대 광고 모델로 배우 송일국, 김태희를 내세웠다.

그러나 한때 중년 남성이 대부분이었던 자동차의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모든 계층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 한국GM은 3월부터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쉐보레는 사랑을 싣고’라는 광고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아버지에게 운전을 배우는 딸, 차를 몰고 여자친구 집 앞을 찾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는 자동차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 차가 생활 속에서 줄 수 있는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2월부터 ‘여기 당신의 빛나는 인생이 있습니다’라는 카피로 삶에서 자동차가 주는 의미를 포착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한 일본 스바루의 광고도 지난달부터 전파를 타고 있다.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런 광고 트렌드의 변화는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품질 수준이 비슷해진 시대에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다른 업체와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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