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 소울’ 안에 ‘아내의 유혹’ 장서희가 있다?

동아일보

입력 2012-06-27 03:00 수정 2012-06-2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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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억 게임 개발 뒷얘기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나온 탤런트 장서희 씨(얼굴 사진)가 ‘블레이드 & 소울’에서 ‘남소유’라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둘 다 아름답지만 위험한 팜파탈이다(위).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가 블소에서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살아났다. 엔씨소프트 제공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비정한 남편. 죽은 줄 알았던 아내는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옛 남편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를 유혹해, 그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2008∼2009년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원조로 등장했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줄거리.

당시 아내 구은재 역할을 맡아 팜 파탈의 매력을 풍겼던 탤런트 장서희 씨가 엔씨소프트가 21일 내놓은 게임 ‘블레이드 & 소울’(블소)의 여자 주인공 캐릭터에 영향을 줬다. 엔씨소프트 측은 “게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한 개발자가 장 씨에게서 영감을 얻어 ‘남소유’를 만들었는데 내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남소유는 ‘남의 소유’라는 뜻으로 적의 첩자로서 남자를 유혹하는 역할을 한다. 게임 스토리를 처음 구상할 때 단역이었던 남소유는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비중이 높아졌다.

블소는 6년 동안 순수 개발비로만 500억 원가량을 쓴 대작. 출시 3일 만에 디아블로를 제치고 국내 PC방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인기 비결이 물량 공세가 아니라 남소유 같은 디테일에 세심하게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게임 속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블소는 무술을 가르쳐준 사부가 악당들에게 살해되자 게임 캐릭터들이 무공을 쌓으면서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게임 속 사부 이름은 홍석근. 블소에서 기술 부문을 총괄했던 엔씨소프트의 스타 개발자 홍석근 씨에게서 따왔다. 홍 씨 외에도 상당수 엔씨소프트 직원의 실명이 게임에 나온다.

“우리의 영웅담을 만들고 싶었다”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바람도 게임 곳곳에 녹아 있다. 글로벌 시장을 노린 게임이지만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인 두루미(202호), 소백산 주목군락(244호)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지난해 한 게이머가 “우리나라 자연을 표현해 달라”고 했던 요청을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 바꾸고 또 바꾸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영웅의 스토리를 게임에 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발자들이 ‘상상’을 게임에서 재탄생시키는 작업은 고단했다.

배재현 프로그램 디렉터는 “모션 캡처의 한계를 초월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모션 캡처는 사람의 몸에 수많은 센서를 붙인 뒤 실제 움직임을 저장해 게임 캐릭터에 입히는 방식을 뜻한다. 비싼 제작비를 투입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곧잘 쓰는 방식이지만 엔씨소프트는 이번에 모션 캡처를 포기했다. 사람이 직접 벽을 타고 걷거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무술 동작을 현실에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 디렉터는 “머릿속으로 동작을 상상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위해 한 개의 동작을 수작업으로 수십 회 보정했다. 시중에 있는 태권도, 쿵후, 무아이타이 동영상은 죄다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성진 리드시스템디자이너는 “기획과 프로그래밍을 거쳐 동작을 만들어내면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또 나와 이를 갈아엎으면서 전체 게임 개발 속도까지 느려졌다”고 말했다.

소리에 들인 정성도 만만찮다. 성우 100명이 등장해 대사를 더빙했고, 일본의 유명 음악감독인 이와시로 다로 씨가 동양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배경 음악을 만들었다. 게임 속 음향 효과도 여타 대작 온라인 게임의 3배 수준인 2만 개가 넘는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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