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범 삼성화재 SIU 팀장 “보험사기 피해 결국은 가입자에게 돌아가”

동아일보

입력 2012-02-14 03:00 수정 2012-02-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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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강도 못잖은 강력범죄
‘운 나빠 걸렸다’는 인식 문제… 최근 전문직 사기 늘어 씁쓸


“보험사기는 살인, 강도 못지않은 강력 범죄입니다. 갈수록 흉악해지는 보험사기를 적발하면서 조직폭력배를 잡을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17년간 베테랑 강력반 형사로 활동하다 보험업계로 옮겨 보험사기를 소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남승범 삼성화재 특별조사팀(SIU) 팀장(48·사진)의 말이다.

지난해 도시 전체가 보험사기에 가담해 큰 충격을 준 ‘태백시 사건’처럼 최근 보험사기는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매년 보험사기로 보험업계 전체가 약 5조 원의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적발하는 보험사기는 전체의 10%도 안 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피해금액이 큰 사기사건에만 매달리다보니 적발액수가 미미하다는 얘기다.

삼성화재는 1996년 보험업계 최초로 SIU를 도입해 현재까지 33명의 전직 경찰을 채용했다. 남 팀장은 1990년부터 2006년까지 형사로 활동하다 2006년 7월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지금까지 수십 건의 보험사기를 적발했으며 그가 회수한 보험금만 10억 원이 넘는다.

남 팀장은 인천경찰서에서 형사로 일하던 시절에는 보험사기가 이처럼 중대한 범죄인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이 죽고 마약상들이 활개를 치는데 보험사기가 대수인가, 보험사의 이익 확보에 사법공무원들이 동원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며 “하지만 보험사기가 보험금 인상으로 이어져 선의의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알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보험사기는 명백한 범죄행위인데도 걸리면 ‘운이 나빴고’ 안 걸리면 ‘돈 벌었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이 다른 범죄에 대한 경각심까지 낮춰 범죄인을 쉽게 양성하는 토양이 된다”고 우려했다.

남 팀장은 과거에는 사고를 허위 신고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짜거나 병원 및 정비업체를 낀 보험사기가 많아 적발 과정이 다소 복잡해지긴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7년간 형사로 갈고닦은 ‘감’과 ‘수사 노하우’를 활용하면 사고 자체의 진위는 100% 가려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예를 들어 차량사고의 경우 파손 부위, 스키드마크, 부서진 파편 등만 봐도 신고가 거짓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남 팀장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학력 고소득 전문직종의 보험사기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먹고사는 데 별문제가 없는 사람들까지 왜 이러나’ 싶어 씁쓸할 때도 많지만 보험사기를 뿌리 뽑아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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