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고급화한다더니’…다낭서 덤핑상품 판매 논란

뉴시스

입력 2018-10-09 08:32 수정 2018-10-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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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관광협회가 도의 예산으로 운영하는 전세기 운항 지원사업에서 업체간 가격 경쟁으로 인해 일부 덤핑 상품이 판매돼 제주 관광시장의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는 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기 운항 지원사업은 신규 항공노선 개척·확대를 통해 해외시장 관광수요를 다변화하고 도내 관광사업체의 참여 확대를 통해 관광상품의 체질 개선을 꾀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도내 관광업체 3곳 이상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며 노선(신규·개척·전략·확대)에 따라 왕복 항공편당 2000만~5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좌석 예매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지난 2015년 시범사업을 거쳐 매년 추진되고 있으며 올해는 예산 5억원 규모로 9개 컨소시엄(27개 업체)이 참여했다. 사업을 통해 8월말 기준 6개국 7개 도시 노선이 운항되며 외국인 관광객 1041명을 유치했다.

◇모객 위해 제주관광 상품가격 출혈 경쟁…37만원까지 떨어져

논란이 되고 있는 상품은 베트남 다낭에서 판매된 제주관광 패키지 상품이다.

당초 하노이~제주 노선을 신청했던 컨소시엄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상대적으로 모객이 잘 되는 다낭~제주 노선으로 변경하면서 동일 노선에 컨소시엄 2곳이 참여하게 됐다.

컨소시엄 2곳이 다낭에서 현지 고객을 모집하며 가격 경쟁을 벌이다가 3박4일 일정의 제주관광 상품가(숙박·항공·식사 비용 포함)가 약 37만원까지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베트남 여행업체 A대표는 9일 “지원을 받기 위해 비행기 좌석의 50% 이상을 채우려다보니 업체 간 과다 출혈 경쟁이 발생했다”며 “기존 110만원으로 책정됐던 상품가는 후발 컨소시엄이 들어가면서 80만원으로 낮아졌다가 지금은 4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원을 받는 업체들이 다낭 시장에서 (제주관광상품의)가격을 떨어뜨려 놓으면 지원을 받지 않는 업체들이 적정 가격으로 팔 수 없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지원하다 보면 도내 인바운드(외국인의 제주관광) 여행업계 전체가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지원금 받아 덤핑 상품 판매…‘쇼핑관광’ 불가피

적정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상품을 ‘덤핑’ 판매하다 보니 제주관광 일정은 관광지 위주가 아닌 쇼핑 위주로 구성됐다. 이는 전세기 지원 사업 취지인 ‘관광상품의 체질 개선’과 배치된다.

A대표는 “모객 수수료가 한 명당 10만원 정도이니 나머지 20~30만원으로 항공료, 숙박료, 차량 대여료, 식비 일부 등을 모두 커버해야 하는데 남는 게 없으니까 일정을 쇼핑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며 “저가관광 조장한다고 우리가 흉봤던 중국 여행사들이 하던 일들을 우리가 그대로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제주도는 육지부와 비교해 많은 장점을 가진 관광지인데도 불구하고 쇼핑 위주의 질 낮은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하면 관광지로서의 제주도의 이미지는 점차 나빠진다”며 “결국 지원사업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결과와 완전히 정반대의 역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우려했다.

◇‘무늬’만 컨소시엄…이름만 올려놓는 사례 다반사

컨소시엄 지원 방식이 본래 사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원서류에 ‘이름’만 올려놓는 여행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A대표는 “컨소시엄이 업체 3곳 이상으로 구성돼 있지만 실제로 주관하는 업체는 한 곳뿐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실제로 전세기 운항 지원을 받으려는 업체가 친한 업체에 부탁해 이름만 같이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도내 여행업계는 워낙 영세하고 높은 수준의 관광상품을 만든 경험도 많지 않아 단독으로는 육지부의 대형 여행사와의 경쟁 속에서 해외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며 “컨소시엄 지원 방식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이러한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덤핑상품 제한·검증 절차 필요”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전세기 운항 지원 예산이 사업 취지에 맞게 활용되려면 덤핑 관광상품을 제한하고 검증하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사업 취지에 부합하려면 인바운드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업체들이 수익성을 따지다 보니 수요가 많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관광) 위주로 가는 측면이 있다”며 “도 관광협회를 비롯한 행정에서 지원대상 업체의 관광상품의 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대표는 “이 사업이 해외시장 다변화를 목표로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제주관광 수요가 적은 여행지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덤핑 관광 판매는 엄격하게 제한하는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관광협회 관계자는 “해당 컨소시엄이 다낭에서 판매하는 제주관광 상품 가격은 이미 기존 시장에서 형성된 적정한 수준”이라며 “두 업체간 벌어진 갈등이 일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마치 제주관광 상품 전체가 덤핑 판매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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