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토보상’ 대출 금지… 신도시 토지주들 거센 반발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19-08-19 11:33 수정 2019-08-19 14:29
3기 신도시 추진과 관련해 대토(보상금 대신 받는 대체토지) 보상을 둘러싸고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토지주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LH가 일부 시행사와 토지주들 간 대토 전매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대토권을 담보로 한 대출을 막기로 하면서 민간 대토 개발에 급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일부 토지주들은 “강제 수용을 당하면서 확보한 대토권에 대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는 불법을 막기 위해 적법한 조치라며 맞서는 중이다.
지난달 24일 LH와 공공주택지구 토지주들은 전국 공공주택지구 내 토지주 모임인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이하 공전협)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LH 측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앞으로 대토채권을 담보로 한 지주공동사업의 대출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토지보상법을 개정할 것”이라며 “오는 11월 3기 신도시 지구 지정 전 시행 예정”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정부의 공공주택사업으로 강제 수용당한 토지주들은 보상을 현금 또는 대토로 받는다. 최근 들어 수도권 땅값이 뛰고 현금 보상가는 시세에 못 미치면서 대토 보상 신청이 급속히 늘고 있다.
대토를 받는 경우 토지주들은 이를 담보로 신탁사 등에서 대출을 받아 기존 토지의 대출을 갚거나 지주 여럿이 모여 세금을 내고 남는 돈을 공동개발비용 등으로 활용한다. 대토 보상 채권 담보를 통한 대출을 막으면 현금이 없는 토지주는 기존 토지 대출을 갚거나 세금을 낼 방법이 막히고 대토 활용에도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토지주는 “LH가 사실상 현금 보상을 받든지 아니면 LH가 운용하는 대토 개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참여하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지구 지역 위원장은 “기존 사례가 없던 것도 아니고 2기신도시인 위례신도시, 하남미사, 마곡지구, 강남보금자리지구 등 에서 대토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며 “갑자기 어떠한 사전 설명이나 언급 없이 대출금지를 시켜 실질적으로 대토보상을 신청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호소했다. 토지주들 100명은 이 사업을 진행 중에 있었다.
결국 LH가 설명회나 청문회 등 숙고 없이 급작스런 대토 대출금지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이전의 사례에 따라 사업추진을 해왔던 토지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LH 대토 보상 리츠는 신도시 등의 사업 시행에 따라 대토를 받은 토지주가 이를 리츠에 투자(현물출자)해 LH에 위탁 개발을 맡긴 후 수익이 나면 배분받는 식이다.
국토부와 LH는 3기 신도시 보상으로 풀릴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LH 대토 리츠를 적극 밀고 있다. 신규 사업 모색과 개발 지역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민간의 대토금융을 막게 되면 현재 보유 토지에 대출이 있고 양도세를 낼 현금이 없을 경우 대토를 포기하거나 부채와 세금을 제외한 액수만큼 LH 대토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
공전협 관계자는 “리츠에는 채무를 제외한 액수만큼만 출자할 수 있어 10억 원짜리 땅을 갖고 있어도 대출 4억 원이 있으면 6억 원밖에 투자를 못하고 양도소득세 내면 실질적으로 3~4억 밖에 대토신청을 못한다”며 “대토 보상권도 엄연한 사유재산인데 정부가 과도하게 침범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LH도 나름 이유는 있다. LH는 대토 보상 허점을 노린 시행사들의 대토 보상 채권 전매 및 양도 행위를 막기 위한 최선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토지보상법은 토지로 보상받기로 결정된 권리는 보상계약 체결일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 전매(매매 증여 등)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개발시행사들이 개발신탁으로 위장한 후 토지주들을 접촉해 정부 보상가보다 10~20%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대토 보상 권리를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 고양장항지구, 서울 강남수서지구 등 수도권 택지지구 곳곳에는 대토권 매입 관련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개발시행사들이 ‘전매를 금지하되 개발 전문 부동산투자회사에 현물출자를 하는 것은 제외한다’는 토지보상법 조문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토지주들은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대토 보상을 장려한다면서 되레 대토 활용을 규제하는 것 아니냐”며 “불법 전매가 문제인데 이런 문제는 강력한 과징금 부여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규제나 처벌 없이 무턱대고 대토보상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토보상자들의 대출을 금지하면 오히려 토지주들이 대토 대신 대부분 현금보상을 신청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막대한 보상금이 풀려 주변지역 지가상승 및 주택가격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우려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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